LG 트윈스 젊은 야수들이 거침없이 달리고 있다. 이제는 모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초구부터 배트를 돌리고, 도루사인 없이도 베이스를 훔친다. 팀 전체에 에너지가 가득하다. 그러면서 LG는 지난 5일까지 이번 주 전경기서 승리, 시즌 첫 4연승에 성공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반등을 향한 퍼즐 조각이 맞아 떨어지고 있다.
▲ 초구 적극공략...끝내기 안타로 이어지다
LG 양상문 감독은 지난달 17일 김용의를 엔트리서 제외시킨 이유를 두고 “타석에서 적극성이 너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실제로 당시 김용의를 비롯한 LG 젊은 야수들은 치기 좋은 공만 기다리다가 허무하게 물러나곤 했다. 특히 베테랑 투수들을 상대할 때면, 초구 변화구에 스트라이크부터 내주며 볼카운트 싸움을 불리하게 가져갔다.

양 감독은 “치기 좋은 공이 들어오면 초구부터 노리라고 매번 강조하는데 잘 되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면서도 “사실 1군과 2군의 가장 큰 차이는 변화구에 있다. 1군 투수는 2군 투수와 달리, 변화구를 스트라이크 존에 잘 넣고, 1군 타자는 2군 타자와 달리 변화구를 잘 친다”고 이야기했다. 젊은 선수들이 1군 타자가 되기 위한 과도기에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런데 만루포 한 방으로 변화가 시작됐다. 지난달 22일 4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은 나성용이 사직 롯데전에서 상대 선발투수 김승회의 초구 슬라이더에 만루포를 폭발시켰다. 초구부터 공략하기로 다짐한 나성용의 노림수가 완벽히 적중했고, 이 홈런을 기점으로 LG 젊은 타자들은 빠르게 승부에 들어갔다.
실제로 올 시즌 KBO리그에서 초구를 공략했을 시 타율은 3할5푼7리, 평균 타율인 2할7푼1리보다 8푼 이상이 높다. 물론 상대 투수와의 승부를 길게 끌고 가야만 하는 경우도 있다. 이전 수비에서 투수의 투구수가 많았거나, 상대 선발투수가 다득점을 뽑기 힘든 에이스라면 물고 늘어지며 투구수를 늘리는 것도 전략이다. 하지만 타자는 점수를 뽑기 위해 타석에 선다. 점수를 뽑을 수 있는 확률이 높은 방법을 택해야 한다.
지난달 24일까지 LG 타자들의 초구 공략시 타율은 2할8푼9리로 9위였다. 그러나 최근 10경기에선 3할5푼7리로 급격히 상승했다. 그만큼 노림수가 좋아졌다. 특히 양 감독이 적극적인 타격을 주문한 젊은 타자들이 눈에 띈다. 황목치승이 최근 10경기서 초구를 공략해 5타수 3안타를 기록했고, 김용의 문선재 유강남 채은성 이민재도 초구를 노려 안타를 만들었다.
LG 타자들은 지난 5일 잠실 SK전에서도 상대 선발투수 윤희상에 맞서 초구부터 적극적으로 배트를 휘둘렀다. 볼카운트가 몰려 윤희상의 포크볼에 당하느니, 빠른 승부로 점수를 뽑겠다는 전략이었다. 비록 윤희상에겐 2점만 뽑았으나, 동점타와 승리를 가져오는 끝내기 안타가 초구 공략에서 나왔다. 7회말 유강남이 초구 공략으로 2-2 동점을 만들었다. 연장 12회말 2사 1, 2루에서 채은성은 윤길현의 초구 슬라이더를 노리고 타석에 섰고, 이는 승부에 마침표를 찍는 좌전 적시타로 이어졌다.
▲ 기동력 업그레이드...경기당 도루 하나 이상
젊은 야수들의 적극성은 타격뿐이 아닌 주루플레이서도 드러난다. LG의 올 시즌 팀도루는 48개로 리그 5위. 경기당 0.86개의 도루를 성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10경기선 도루 11개로 경기당 평균 하나 이상의 도루를 기록 중이다.
특히 지난 4일 마산 NC전에선 도루 6개를 올리며 NC 배터리의 혼을 빼놓았다. 오지환 김용의 문선재 양석환 외에 정성훈과 유강남까지 도루 행진에 동참하며 NC를 흔들었다. 팀 도루 4위 팀 LG가 팀 도루 1위 팀 NC(도루 82개)를 도루로 압도한 것이다. 그렇게 LG는 투수전 양상이었던 경기서 4득점, 류제국의 호투를 더해 4-1로 승리했다.
빠른 주자들이 많아지면서, 도루 외에 모든 주루플레이가 활발해졌다. 히트 앤드 런 같은 작전을 걸기도 쉽고, 안타 하나로 베이스를 하나 더 건너갈 확률도 높다. 김용의(도루 11개)와 오지환(도루 9개) 외에 도루숫자에서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는 없지만, 최근 선발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문선재 황목치승 양석환 모두 상당한 주력을 자랑한다. 장타력이 부족한 LG에 이들의 다리는 천군만마가 될 것으로 보인다.
양상문 감독 역시 “대부분의 선수들에게 그린라이트를 주고 있다. 도루에 실패해도 절대 뭐라고 하지 않는다. 뛰어야 성공이든 실패든 결과가 나오는 것 아닌가”라며 “간혹 경기 흐름상 도루를 자제시키는 것 외에는 전부 그린라이트다”고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주루플레이를 강조한다.
▲ 신구조화 바람...선수층 싸움서 유리하다
양 감독은 최근 “이제는 부상이 나와도 크게 두렵지 않다”며 젊은 선수들을 향한 믿음을 전했다. 의도치 않게 선수단 평균 연령이 낮아졌지만,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출장하며 자신감을 얻었고, 그라운드 위에서 결과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주전 포수 최경철이 오른쪽 팔꿈치 통증으로 엔트리서 제외됐으나, 유강남이 강한 어깨를 자랑하며 무리 없이 안방마님 역할을 소화했다. 올 시즌 유강남은 일주일에 한두 번씩 꾸준히 선발 출장하면서 자연스럽게 1군 포수로 올라섰다. 양석환 또한 손주인의 이탈로 무주공산이 될 것 같았던 핫코너를 지키고 있다. 시즌 초반보다 수비가 안정됐고, 타석에선 변화구 대처 능력이 향상됐다. 황목치승은 지난해보다 날카로운 타격으로 타선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 중이다. 2014시즌 1군 콜업 당시만 해도 수비와 주루에만 특화된 선수인 것 같았는데, 편견을 깨뜨리고 있다.
이렇게 젊은 야수들이 1군에 안착하면서 신구조화도 기대할만 하다. 부상자들이 복귀하는 시점에선 선수층부터 한층 두꺼워질 수 있다. 그리고 이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시즌 중반, 엔트리가 확장되는 정규시즌 막바지에 큰 힘이 될 것이다. 승리와 미래를 모두 잡는, 이상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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