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스코어’ SK, 집 나간 주자를 찾습니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06 06: 45

야구는 집을 떠난 주자가 베이스를 열심히 돌아 득점을 가지고 다시 집에 돌아오는 경기다. 집과 주자의 교신이 끊기는 빈도가 늘어날수록 어떤 문제가 커짐을 의미한다. 축구 스코어를 양산하고 있는 SK의 요즘 상황이 그렇다. 타격코치 교체라는 강수까지 둔 SK가 최악 타격 성적표 속에 표류하고 있다.
SK는 5일 잠실 LG전에서 연장 12회 끝내기 패배를 당함에 따라 승률이 정확히 5할로 떨어졌다. 그간 벌어놓은 승수를 모두 까먹었고 5할 붕괴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최근 행보는 심각한 수준이다. 5월 20일까지만 해도 24승15패를 기록, 승패차 +9의 비교적 여유 있는 격차로 선두권에 있었던 SK다. 그러나 그 후 보름 동안 14경기에서 딱 2승을 거두는 데 그쳤다. 올 시즌 특정 기간 이렇게 야구를 못한 팀은 kt에 이어 SK가 처음이다.
마운드는 비교적 자신의 몫들을 다했다. 이 기간 평균자책점이 4.90으로 전체 시즌 평균자책점보다는 한참 위인 상황이지만 그래도 리그 4위의 기록이었다. 선발이 무너지는 와중에서도 불펜이 대분전하며 ‘붕괴’ 상태까지는 이르지 않았다. 결국 타선의 침체가 SK의 이런 처참한 성적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세부 지표로 보면 SK 타선의 불발은 심각할 정도다. 논리적으로 설명이 잘 안 되는 수치다.

이 기간 SK는 타격 지표에서 꼴찌를 도맡았다. 팀 타율(.243), 출루율(.322), 장타율(0.646), 타점(43점), 득점(51점)에서 모두 최하위였다. 한 가지 생각해야 할 대목은, 6월 2일 수원 kt전에서 무려 20점을 낸 경기가 이 기간 중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경기를 뺀 나머지 13경기의 팀 타율은 2할2푼5리까지 떨어진다. 득점은 31점이다. 13경기에서 31점이면 경기당 2.4점 정도인데 지난 시즌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는 이보다 더 많은 경기당 득점을 기록했다.
SK는 이 14경기 중 6득점 이상 경기가 딱 두 번 있었고 두 번 모두 이겼다. 6점만 내면 투수들이 승리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나머지 12경기에서는 모두 5득점 이하였다. 여기에 사실상 마운드가 역투하지 않는 이상 패할 가능성이 높은 1~3득점 경기가 11경기였다. ‘축구 스코어’라는 팬들의 비아냥이 나오는 것은 당연했다. 
타율이 낮은 것은 그렇다 쳐도 주자를 불러들이는 데 있어서도 최악이었다. 주자생환율(팀 득점/(안타+사사구))의 개념을 대입해볼 때, SK는 이 기간 28.8%의 수치를 나타냈다. 10명이 살아 나가면 3명도 돌아오지도 못했다는 뜻이다. 같은 기간 리그 평균 주자생환율은 39.6%였다. SK의 수치를 빼면 나머지 9개 팀은 평균적으로 10명 중 4명 이상은 살아 돌아왔다. 이 차이의 누적이 SK의 대재앙을 불렀다고 볼 수 있다.
이 기간 득점권에서는 2할 미달자가 속출했다. 4번 타자 브라운이 9푼1리의 정점을 찍은 가운데 김성현(.143) 박재상(.143) 박정권(.183) 김강민(.200) 이명기(.200) 이재원(.200) 등이 중심에 포진하는 선수들이 약속이나 한 듯 부진한 성적을 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일 kt전을 빼면 이 수치는 훨씬 더 내려간다.
SK 선수들의 기량과 경력을 생각하면 이해가 쉽지 않은 수치들이다. 물론 타격 사이클도 있을 것이고 기술적인 측면에서 약간씩 흐트러진 부분이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동반 침묵은 역시 심리적인 문제가 크다고밖에 볼 수 없다. 팀 방망이가 맞지 않을 때는 모든 선수들이 부담을 느낀다. 대기 타석에 서 있으면서도 “앞에서 해결을 해줬으면” 하는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런 침체된 분위기 속에 성적은 더 나빠지고 분위기는 더 가라앉는 악순환이 벌어지는 것이다.
SK가 5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김무관 타격코치를 2군으로 내려보내는 전격적인 코칭스태프 개편을 단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용희 감독의 말대로 시즌 중 어떠한 기술적인 부분이 확 나아지기는 어렵다. 대신 이번 코칭스태프 인사를 통해 감독을 비롯한 모든 구성원들이 자신의 임무와 책임을 한 번쯤 다시 생각해보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선수들의 심리적인 기분 전환을 도울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모든 실타래는 그라운드 안에서 풀어야 한다. 아무리 좋은 분위기 속에서 훈련을 한다고 해도, 혹은 엄청난 훈련량을 가져간다고 해도 막상 성적이 나지 않으면 다시 움츠려든다. 이 상황에서 팀 타선을 이끌어갈 수 있는 해결사나 소위 말하는 ‘미친 선수’가 절실한 이유다. 혹은 코칭스태프에서 적절한 작전으로 선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것도 하나의 활로가 될 수 있다. SK는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늦으면 늦을수록 발걸음은 무거워질 수밖에 없다. 득점 지원을 받지 못하는 투수들의 벼랑 끝 심리도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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