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서 땀이 나고 팔, 다리가 모두 떨렸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
최보경(27, 전북 현대)이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축구대표팀에 합류한다. 최근 소속팀 전북에서 탄탄한 수비력으로 중원의 안정감을 더하고 있는 최보경은 슈틸리케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해 대표팀에 합류하게 됐다. 17세 이하 대표팀 이후 첫 태극마크로, A대표팀 소집은 생애 처음이다.
당연히 기대하지 못했던 일이다. 대표팀 소집이 남의 일이었던 최보경은 슈틸리케 감독이 소집 명단을 발표할 때 숙소에서 잠을 청하고 있었다. 그는 "대표팀은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난 전북의 붙박이 주전도 아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잠을 자고 있던 최보경은 옆 방에서 벽을 두드리는 소리에 깼다. 그는 "대표팀 명단을 기다리던 (김)기희와 (이)재성이 벽을 치고 전화를 해서 내가 대표팀에 됐다고 말해줬다. 그 소리를 듣고 몸에서 땀이 나고 팔, 다리가 모두 떨렸다. 그리고 소리를 질렀다"고 기뻤던 마음을 드러냈다.
이제 최보경을 기다리는 건 대표팀에서의 새로운 시작이다. 늦깎이 대표팀 합류이지만 주눅든다는 생각은 없다. 최보경은 "감독님께서 내 장점을 보시고 뽑아주신 걸로 생각한다.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북의 선수답게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서 경쟁력을 보여드릴 것이다"고 말했다.
물론 경쟁이 치열하다. 부상과 기초군사훈련을 소집되지 못한 선수들이 합류할 경우 최보경의 입지는 매우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최보경은 이번 2차례 A매치에서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최보경은 "내 스타일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이 1명밖에 되지 않는다면, 그 자리를 차지할 수 있도록 욕심을 내보겠다"며 "전북이 선두를 달리는 이유가 외국인 선수가 좋아서가 아니라, 나처럼 궂은 일을 하는 선수가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대표팀에서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최보경이 이번 두 차례 경기에서 강한 인상을 남길 경우 다음 소집 때에도 명단에 이름을 올릴 가능성이 높다. 기성용(26, 스완지 시티)과 완벽한 호흡을 맞출 선수를 찾는 대표팀에는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기는 셈이다.
최보경은 "기성용과 광양제철중학교 시절 같이 뛰었다. 이번 소집에 기성용은 없지만, 지금 있는 선수들과 호흡을 잘 맞춰서 좋은 결과를 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다음에 만날 기회도 생길 것으로 본다"며 기대에 걸맞는 좋은 경기력을 선보일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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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현대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