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야구 최고 투수 계보에 새 이름이 등장하는 것일까. 양현종(27, KIA)의 최근 페이스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보인다. 다만 아직 관건은 남아있다. 여름 이후 약했던 지난해의 모습에서 벗어나야 그 자격이 생긴다. 양현종의 향후 행보에 팬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는 이유다.
지난해 국내투수 최다승(16승)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날아오른 양현종은 올 시즌 엄청난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6일까지 12경기에 선발로 나가 6승2패를 기록하고 있는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무려 1.48이다. 리그에서 양현종을 빼면 1점대 평균자책점은커녕 2점대도 없다. 이 부문 2위인 조시 린드블럼(롯데)의 기록은 3.09다. 토종 선발로 따지면 2위 유희관(두산, 3.27), 3위 윤성환(삼성, 3.38)까지의 차이가 제법 난다.
그 외 지표에서도 모조리 상위권이다. 79이닝을 소화해 이 부문에서 리그 4위, 토종 1위의 성적이다. 12경기에 선발로 나선 선수 중에서는 린드블럼(81⅔이닝)에 이어 2위다. 선발투수의 능력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지표인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에서는 9번으로 리그 공동 1위다. 2할1푼4리의 피안타율 역시 리그 1위. 탈삼진(69개)은 리그 공동 6위로 차우찬에 이어 토종 2위이기도 하다.

2009년 12승, 2010년 16승을 거두며 리그에서 주목받는 투수로 거듭난 양현종은 2011년부터 2013년까지 합계 17승에 머물렀다. 내리막이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상승세가 뚜렷하다. 지난해 16승8패 평균자책점 4.25를 기록하며 김광현(SK)과 함께 토종 선발 투수 랭킹을 양분했다. 올해는 지난해 유일한 아쉬움이었던 평균자책점까지 끌어내리며 순항 중이다. 4일 두산전에서는 완봉승을 달성하는 등 기세가 식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그렇다면 지난해까지 합산한 성적은 어떨까. 양현종은 2014년 이후 3.38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해 이 부문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승에서는 22승으로 평균자책점 2위(3.63)인 앤디 밴헤켄(넥센, 27승)에 이어 2위다. 250⅓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4위이며 234개의 탈삼진 또한 밴헤켄(261개)에 이은 2위 기록이다. 토종 선발로만 한정하면 최고라는 호칭이 아깝지 않다. 기록만 놓고 보면, 바야흐로 양현종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이야기에 이의를 제기하기는 쉽지 않다.
재밌는 것은 지난해도 초반 성적이 압도적이었다는 것이다. 양현종은 지난해 12경기까지 7승3패 평균자책점 2.99를 기록했으며 81⅓이닝을 소화했다. 평균자책점은 릭 밴덴헐크(삼성, 2.94)에 이어 2위였고 다승은 공동 선두였다. 토종 선수들로 한정하면 당시 2위 윤성환(삼성, 3.71)까지의 평균자책점 차이가 꽤 컸다. 하지만 나머지 17경기에서 양현종의 평균자책점은 5.40까지 치솟았다. 이는 토종선발 중에서도 8위에 해당되는 성적이다.
여름 이후 체력적인 면에서 문제를 드러내며 구위가 떨어졌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였다. 아시안게임을 전후해서는 몸 상태 또한 그다지 좋지 않았다. 아직은 ‘최고 투수’ 타이틀에 물음표를 다는 이들 또한 근거가 있다. 스프링캠프부터 몸 상태를 천천히 끌어올리며 여름 이후 체력전에 대비했던 양현종의 행보가 관심을 모으는 이유이기도 하다. 만약 양현종이 여름 이후에도 순항할 수 있다면 류현진 김광현 윤석민 트로이카에 이은 새 최고 투수의 탄생이 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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