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루포의 악몽은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역시 오승환(33, 한신)은 흔들리지 않았다. 만루포 악몽 이후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하며 살아나며 구단 역대 4위에 오른 오승환이 구원왕 레이스에서도 추격전을 시작했다.
오승환은 6일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 고시엔구장서 열린 니혼햄 파이터스와의 경기에 팀이 1-0으로 앞선 9회 등판, 1이닝을 탈삼진 3개로 깔끔하게 틀어막으며 세이브를 수확했다. 선발 랜디 메신저가 8이닝 무실점 역투를 선보인 데 이어 오승환까지 맹활약한 한신은 니혼햄 에이스 오타니 쇼헤이를 넘고 1-0 승리를 거뒀다. 오승환의 시즌 16번째 세이브.
오승환의 기백이 느껴지는 한 판이었다. 오승환은 지난 2일 지바 롯데와의 경기에서 9회 마무리를 위해 등판했으나 만루포 한 방을 얻어맞고 패전의 멍에를 썼다. 동료의 수비 실책성 플레이 두 개가 나왔다는 점은 있었으나 어쨌든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심리적으로 크게 흔들릴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오승환은 그 후 3경기에서 4이닝 무실점 투구로 1승2세이브를 쓸어 담았다.

주중 네 번째 등판이라 체력적으로 다소 힘이 부칠 법도 했지만 오승환은 미동이 없었다. 140㎞ 후반대의 빠른 공을 거침없이 밀어 넣으며 힘으로 상대 타자들을 압도했다. 오승환은 경기 후 ‘닛칸스포츠’ 등 일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어제(5일, 우천취소) 쉰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담담한 소감을 밝혔다. 든든한 체력과 배짱을 재과시한 셈이 됐다.
이로써 오승환은 한신 구단 세이브 부문 역대 4위에 올라섰다. ‘닛칸스포츠’는 “오승환이 시즌 16번째 세이브를 달성, 통산 55세이브를 기록하며 타무라를 제치고 한신 구단 역대 세이브 단독 4위에 올라섰다”라고 보도했다. 오승환은 일본 진출 첫 해였던 지난해 39세이브를 올리며 리그 구원왕에 올랐고 올해도 16세이브를 기록하며 순항하고 있다.
한편 센트럴리그 구원왕 2연패를 향한 추격전도 시작했다. 6일 현재 센트럴리그 구원 1위는 요코하마의 신예 우완 투수 야마사키 야스아키로 19세이브다. 야마사키는 올 시즌 요코하마의 마무리 중책을 맡았지만 신예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과 구위로 이 부문 선두를 지키고 있다. 2위는 요미우리의 사와무라 히로카즈로 18세이브다. 16세이브의 오승환은 리그 3위로 야마사키를 3개차로 추격하고 있다.
세이브 기회가 와야 한다는 점에서 이 부문은 팀 성적, 그리고 다소간의 운과도 연관이 되어 있다. 때문에 이 레이스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지는 예상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나 오승환이 사정권 내에서 추격을 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야마사키, 사와무라에 비해 마무리 경험이 풍부한 오승환이라는 장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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