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년 전부터 야구를 봤던 사람이라면 어렴풋하게 포수는 4번 타자에 홈런왕이라는 느낌이 있을 지도 모른다. 이만수 전 감독이 삼성 시절 타격으로 일세를 풍미했기 때문이다.
이만수가 포수로 1983~5년 3년 연속으로 홈런왕을 차지한 이후 박경완이라는 걸출한 포수가 다시 등장했다. 박경완은 2000년과 2004년 포수마스크를 쓰고 홈런왕에 올랐다.
그렇지만 박경완 이후 11년 동안 포수 홈런왕은 명맥이 끊겼다. 수비부담이 많은 포수에게 타격까지 바라는 건 사치라는 인식이 야구계에 만연했다. 강민호가 2000년대 말 등장해 매년 20개 안팎의 홈런을 치면서 포수 최연소 100홈런 고지에도 올랐지만 2013년과 2014년 주춤하면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도 줄어 들었다.

어쩌면 KBO리그에 포수 홈런왕이 다시 탄생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 주인공은 강민호, 7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 포수 5번 타자로 출전해 4회 김병현을 상대로 결승 선제 투런포를 쐈다. 시즌 19호 홈런으로 야마이코 나바로(삼성), 에릭 테임즈(NC)와 함께 홈런 공동선두가 됐다.
아직 전체 시즌 가운데 3분의 1정도밖에 안 했지만 강민호는 벌써 자신의 연간 최다홈런 2위까지 이르렀다. 2010년 23개의 홈런으로 가장 많이 쳤던 강민호는 올해를 포함, 3번 19홈런(2008년, 2011년, 2012년)을 날렸었다. 큰 이변이 없다면 올해 자신의 커리어 최다홈런 기록까지 갈아치울 기세다.
이제 강민호의 홈런왕 성사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나바로와 테임즈 모두 공을 담장 밖으로 보내는 기술자다. 강민호 역시 올해 야구가 잘 풀리면서 더욱 신나게 방망이를 돌리고 있다.
강민호는 수차례 자신의 우상으로 박경완을 꼽았다. 올해 강민호는 우상 박경완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이다. 만약 홈런왕까지 차지한다면 그 간격은 더욱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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