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27, SK)이 역투를 선보였다. 그것도 그냥 역투가 아니었다. 자신의 경력에 획을 그을 만한, 프로 데뷔 이후 최고의 투구였다.
김광현은 7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해 9이닝 동안 단 3피안타 9탈삼진 1볼넷 완봉승을 거뒀다. 평균자책점은 종전 4.55에서 순식간에 3점대로 진입했다. 150㎞가 넘는 빠른 공을 바탕으로 슬라이더, 커브 등을 이용해 공격적인 승부를 한 끝에 LG 타선을 시종일관 잠재웠다. 기록이 말해주듯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다.
올 시즌 6승(1패)을 거뒀지만 투구내용이 들쭉날쭉하다는 지적을 받은 김광현이었다. 직전 등판이었던 2일 수원 kt전에서는 4⅓이닝 동안 무려 9개의 안타와 5개의 사사구를 허용하며 6실점했다. kt의 객관적 타력, 그리고 김광현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그다지 만족스러운 경기가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보다 차분히 이번 경기를 준비한 김광현은 자신의 명성이 헛되지 않았음을 완벽하게 증명해냈다.

이날 경기는 김광현의 경력에서도 손꼽을 만한 승리였다. 김광현은 이날까지 프로통산 90승을 거뒀다. 그 중 완투승이 3번, 완봉승이 2번이었다. 프로통산 첫 완봉승은 2008년 6월 7일 사직 롯데전, 가장 근래 완봉승은 2010년 6월 20일 문학 KIA전이었다. 완봉승은 무려 1813일 만의 일이다.
2008년에는 9이닝 4피안타 2볼넷 6탈삼진 완봉승이었다. 당시 김광현은 123구를 던졌다. 2010년 완봉승은 9이닝 3피안타 2볼넷 5탈삼진 승리였고 116구를 던졌다. 당시보다 투구 내용이 더 좋았다고도 볼 수 있다. 무사사구 완투승은 두 차례 있었다. 이날 김광현은 9회 1사까지 볼넷이나 사구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비록 9회 1사 후 문선재에게 볼넷을 내주고 이병규에게 안타를 맞아 첫 위기를 맞이했으나 실점 없이 이닝을 정리하고 마지막 순간 웃었다.
김광현은 항상 전체적인 공의 위력에 비해 제구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스로도 이런 평가를 잘 알고 있다.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제구를 잡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1볼넷 완봉승은 김광현이 점점 성장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근사한 자료로 부족함이 없다.
또한 이날 피칭은 앞으로 김광현이 가야할 길을 어렴풋이 제시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포수 이재원의 비교적 리드 속에 공격적인 피칭을 했다. 컨디션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다. 여기에 꼭 삼진을 잡겠다는 피칭은 아니었다. 삼진을 잡기 위해 수를 쓰며 어렵게 가기보다는 맞더라도 스트라이크존 안에 공을 넣어 투구수를 줄여 나갔다.
김광현의 공은 알아도 치기가 쉽지 않다. 빠른 공과 슬라이더 위주의 피칭임을 누구나 다 알고 있어도 김광현의 제구만 흔들리지 않는다면 공략하기가 어렵다. LG 타자들은 최근 좋은 팀 타율을 기록하며 나쁘지 않은 흐름 속에 있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존에 들어오는 공을 공략하기 위해 배트를 내도 김광현의 공을 정타로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는 게 다시 한 번 증명됐다. 유독 김광현의 등판 때마다 수비 실책이 잦았던 동료들도 이날은 무결점 수비로 침착하게 김광현의 등 뒤에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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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