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 말말말]"짱구 굴리고 있었지"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6.08 13: 01

[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말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진우 만나거든 수염 깎아서 멋있다고 해줘요" KIA 김기태 감독
KIA 타이거즈 우완투수 김진우가 6일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야심차게 준비한 시즌이지만 종아리와 햄스트링 부상으로 이제껏 재활을 하다가 뒤늦게 1군에 합류한 것이다. 김진우가 돌아온 날 KIA 김기태 감독은 기자들에게 "우리 진우 만나거든 수염 깎아서 멋있다는 얘기 꼭 해달라"고 당부했다. 재활을 하며 수염을 길렀던 김진우, 김 감독은 깔끔하게 다듬었으면 좋겠다는 뜻을 둘러서 전했다. 김진우는 바로 면도를 하고 나타났는데, 김 감독은 김진우 기를 살려주기 위해 이런 부탁을 한 것이다. 선수들 마음까지 헤아리는 세심한 감독다웠다.

▲ “다리가 다 떨리더라고요.” SK 김광현
김광현은 지난 7일 잠실 LG전에서 1813일 만의 완봉승을 거뒀다. 8회까지 무사사구로 내심 무사사구 완봉승까지 가능할 것 같았다. 하지만 9회초 문선재에게 볼넷을 내주며 아쉬움을 삼켜야했다. 경기 후 김광현은 “오랜만에 9회에도 마운드에 올라서 그런지 갑자기 다리가 다 떨리더라. 무사사구 완봉승 욕심도 있었는데 원치 않는 볼넷이 나오고 말았다”며 아쉬움을 삼켰다. 그래도 김광현은 “기분 좋다. 비로소 내 스타일의 투구를 한 것 같다”며 활짝 웃었다. 이날 완봉승으로 김광현은 시즌 7승에 성공했고, 평균자책점도 3.97로 끌어내렸다.
▲ "도핑 테스트 해야 하는 것 아니냐" - 한화 쉐인 유먼
한화 내야수 강경학은 지난주 6경기 타율 3할8푼1리 8안타 2홈런 4타점 맹활약을 펼쳤다. 특히 2일 목동 넥센전에 데뷔 첫 2홈런 멀티히트 폭발. 이에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강경학에게 "도핑 테스트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농담 한마디 툭. 강경학은 "요즘 들어서 타구가 멀리 날아간다. 나도 이유를 잘 모르겠다. 복분자를 먹어서 그런가"라며 스스로 의아한 표정. 지난주 안타 8개 중 홈런과 2루타가 2개씩으로 4개가 장타였으니 강경학에게 숨겨져있던 거포 본능이 깨어난 것은 아닐까.
▲ "제가 좀 극단적이에요" - kt 이대형
kt 리드오프 이대형은 초구를 적극적으로 치는 편이지만 풀카운트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기도 한다. 초구 타격이 44회로 가장 많고, 풀카운트 승부가 41회로 뒤를 잇는다. 이에 대해 이대형은 "제가 좀 극단적이다. 승부가 짧으면 빨리 가져가고, 길게 가면 9~10구까지 간다"며 "여유가 없어 그렇다. 초구 좋은 공을 치지 않으면 마음이 급해진다. 낮은 타율 때문이다"고 자책했다. 하지만 지난주 타율 3할3푼3리에 도루 6개를 추가, 시즌 23도루로 이 부문 1위에 뛰어오르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 "짱구 굴리고 있었지" - 넥센 염경엽 감독
넥센은 지난 6일 목동 두산전에서 0-8 열세를 뒤집고 10회 9-8 끝내기 승리를 거뒀다. 특히 9회 2사에서 나온 김민성의 동점 투런은 올해 소름돋는 플레이 중 하나. 팀의 모두가 기뻐하던 그때 담담하게 김민성과 하이파이브를 하는 염경엽 감독의 모습이 중계에 잡혀 화제가 되기도 했다. 염 감독은 다음 날 "사실 민성이가 홈런을 칠 줄 몰라서 계속 다음 작전을 생각하고 있는데 펑 터졌다. '짱구 굴리고' 있다가 잠깐 좋아하고 다시 역전을 하기 위해 다음 타순을 고민해야 했다"며 마음껏 기뻐할 수 없던 '고충'을 털어놨다.
▲ "너 몇 학년이니? 중1? 나도 중일이야" - 삼성 류중일 감독
NC의 마산 홈경기가 열릴때마다 지역 중학교 야구부원들이 훈련 도우미로 나선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5일 마산 NC전을 앞두고 한 야구부원을 불러 '너 몇 학년이니'라고 물었다. 이에 야구부원은 '중1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류중일 감독은 '나도 중일이야. 류중일'이라며 웃음을 터뜨렸다. 옆에 있던 나바로는 '인사 안 하냐'라고 군기(?)를 잡기도. NC 관계자에 따르면 홈경기 훈련 보조에 참가하고자 하는 지역 중학교 야구부가 늘어났다고 한다. TV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야구 선수들을 직접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상과도 같은 선수들에게 하나라도 배울 수 있어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이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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