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는 1군 진입 첫 해였던 2013년 외국인 투수 ACE 트리오를 신상품으로 내놓았다. 아담 윌크와 찰리 쉬렉 그리고 에릭 해커의 이니셜을 따 에이스로 명명한 것이다.
당시 ACE 트리오 중에서 가장 기대치가 낮은 투수가 바로 해커였다. 아담과 찰리가 1~2순위로 먼저 영입됐고, 실제로 창단 첫 개막 3연전에도 두 투수가 1~2차전에 선발투수로 등판했다. 아담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 선수였고, 찰리도 마이너리그에서 검증된 투수였다.
반면 그들 중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해커는 3순위였다. 메이저리그 경력이 있지만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하고 경쟁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아담보다 4살, 찰리보다 2살 많은 해커는 젊은 패기를 앞세운 두 투수를 뒷받침하는 베테랑 감으로 선택받았다. 메인보다는 서브에 가까운 역할이었다.

첫 해 출발이 가장 안 좋았던 투수도 해커였다. 투구시 왼 발을 내딛는 과정에서 멈춤 동작이 보크로 의심받았고, 느린 슬라이드 스텝으로 주자를 묶어두는 능력이 떨어졌다. 4월 4경기 3패 평균자책점 7.11에 그치며 ACE 트리오 중 가장 먼저 2군에 내려갔다. 퇴출 1순위로 그때만 해도 앞날이 불투명해 보였다.
하지만 2군에 다녀온 뒤 동작을 고치고 주자 견제능력을 강화하며 조금씩 본연의 모습을 찾았다. 반면 ACE 중에서도 1선발이었던 아담은 팀 분위기를 흐리는 행동으로 김경문 감독의 눈 밖에 났다. 결국 가장 먼저 짐을 싼 선수는 아담으로 시즌이 진행 중이던 8월말에 미국으로 돌아갔다.
해커는 첫 해 4승11패에 그쳤지만 평균자책점 3.63과 함께 178⅓이닝을 소화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하지만 NC 에이스는 189이닝 11승7패 평균자책점 2.48의 찰리였다. 2014년에는 또 다른 외국인 투수 태드 웨버가 합류, 또 다시 내부경쟁이 시작됐다. 2015년부터 외국인 보유 한도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그들의 경쟁은 불가피했다.
2014년에도 찰리는 12승8패 평균자책점 3.81로 불운에 시달린 해커(8승8패·4.01)보다 우수한 성적을 냈다. 9승6패의 웨버가 평균자책점 4.58로 다소 높아 재계약에 실패, 해커는 찰리와 함께 2년 연속 재계약에 골인했다. 그래도 몸값은 두 배 차이였다. 찰리가 100만 달러로 최고대우를 받은 반면 해커는 50만 달러로 반값이었다.
하지만 최후에 살아남은 건 해커였다. 찰리는 겨우내 훈련 부족 탓에 구속이 눈에 띄게 저하, 4승5패 평균자책점 5.74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지난 5일 퇴출 통보를 받았다. 그 사이 해커는 7승2패 평균자책점 3.41로 NC의 새로운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ACE 트리오 중에서 유일하게 지금까지 살아남아 생존에 성공했다.
영입 당시만 하더라도 가장 주목받지 못한 해커였지만 꾸준함과 성실함으로 버텼다. 지난 2013년 9월에는 서울에서 딸 칼리를 얻었고, 지난해 준플레이오프에는 선수단에 시계 선물을 돌릴 정도로 한국을 좋아하고, 문화에 완벽히 적응한 것도 빼놓을 수 없는 힘. 퇴출 1순위에서 최후의 생존자가 된 해커가 인생유전을 실감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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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원=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