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루수 잭 한나한(35)을 보기 힘들 것 같다. 타격으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지만, 한나한으로 핫코너 문제를 해결하려했던 LG의 바람은 이뤄지지 않을 듯하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7일 잠실 SK전을 앞두고 한나한의 3루 수비 시점을 묻는 질문에 “당분간은 3루에 못 갈 것 같다. 3루수로 뛰려면 쉬면서 치료가 필요한 상황인데 쉴 틈이 없다. 지금은 유지되고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중이다”며 “(정)성훈이와 함께 번갈아 1루를 보면서 체력을 세이브시키는 데에 치중하려고 한다”고 답했다.
지난겨울 LG가 한나한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3루 수비였다. 골드글러브급 3루 수비로 메이저리그에서 614경기를 소화한 한나한이라면 무주공산인 핫코너를 충분히 메울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한나한은 1월말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종아리 통증을 호소했고, 그라운드에 서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그런데 아직도 종아리는 물론, 허리도 100% 컨디션이 아닌 상황이다.

주루 플레이를 보면 한나한의 몸 상태를 느낄 수 있다. 한나한은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지난달 7일 잠실 두산전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전력질주하지 못했다. 부상이 악화되지 않도록 살살 뛰면서 타격에 치중하고 있는 상황이다. 부담이 덜한 1루 수비는 가능한데, 강습 타구를 다이빙해서 잡아내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전력질주가 안 되고 좌우 수비폭이 좁기 때문에 3루 수비는 불가능한 상태다.
그렇다고 한나한이 팀에 도움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한나한은 한 달 동안 27경기를 소화하며 타율 3할2푼2리 2홈런 16타점 OPS 0.891을 찍고 있다. 득점권 타율 3할6푼4리를 기록하며 이병규(7번)의 기복으로 골머리를 앓았던 4번 타순에 해답이 됐다. 거포는 아니지만 간결하고 정확한 스윙으로 LG 타선에 중심을 잡고 있다. 좀처럼 유인구에 당하지 않는 침착함은 어린 선수들에게 좋은 교본이 될 만하다. 한나한이 합류하면서 LG의 득점력이 상승했고, 베테랑 선수들의 줄부상도 어느 정도 극복하게 됐다.
양상문 감독은 한나한의 타격을 두고 “스윙 메카닉을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타격으로도 활약할 것으로 예상하긴 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보다는 우리나라 투수들의 공이 5, 6km 이상 느리지 않나. 타율도 5, 6푼은 충분히 오를 수 있을 것이라 예상했는데, 실제로 타격하는 것을 보니 기대 이상이다”고 말했다.
덧붙여 한나한은 덕아웃 보컬리더의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다. 경기 내내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사기를 높이기 위한 파이팅을 멈추지 않는다. 부상으로 이탈한 이병규(9번)와 이진영의 리더십까지 한나한이 메우고 있다. 그라운드 안팎에서 자세는 만점이다.
하지만 한나한이 3루수로 뛰지 못한다면, LG는 내야수비로 골머리를 앓을 수밖에 없다. 양석환이 3루를 맡고 있으나, 불안한 게 사실이다. 체력이 떨어지는 시점과 마주하면 다시 3루는 무주공산이 될지도 모른다. 손주인의 복귀만이 해답인데, 아직 복귀시점이 나오지 않고 있다.
최승준의 기용 또한 힘들어졌다. 한나한과 정성훈이 번갈아 1루를 맡으면서 서로의 체력을 세이브할 수는 있으나, 최승준의 자리가 없다. 지난 4월 9일 1군 엔트리서 제외된 최승준은 퓨처스리그 33경기서 8홈런 36타점으로 활약하며 1군 복귀를 준비 중이다. 그런데 지금 상황에서 1군에 올라오면, 우타대타 외에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LG는 시즌 첫 6주 동안 류제국과 우규민 없이 선발진을 운영했다. 그런데 류제국과 우규민이 합류하자 손주인이 손등골절, 이병규(9번)와 이진영이 햄스트링 부상으로 엔트리서 제외됐다. 이대로라면 시즌 전 구상은 하나도 이뤄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지독한 부상악령이 LG의 발목을 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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