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현의 ML통신]구와타의 길, 류현진 계단
OSEN 박승현 기자
발행 2015.06.08 08: 01

[OSEN=다저스타디움(LA 미국 캘리포니아주), 박승현 특파원]2000년대 초반, 일본 도쿄 인근 가와사키시에 있는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구 구장에 간 적이 있다. 요미우리랜드라는 위락시설 한 켠에 있는 구장에서 ‘구와타의 길’ 을 봤다.
구와타는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20시즌 동안 뛰면서 442경기 출장, 2,761.2이닝 피칭으로 173승을 올린 구와타 마스미다.
구와타는 1995년 6월 팝업 플라이를 잡으려고 시도하던 도중 팔꿈치 통증을 일으켰다. 그대로 시즌을 접고 미국에 와서 수술을 받았고 1996년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재활에 매달려야 했다.

당시 구와타가 재활 운동을 했던 곳이 바로 요미우리의 2군 경기장이 있던 요미우리랜드의 자이언츠 구장이었다. 구와타는 외야펜스 외곽을 따라 조성 됐던 잔디밭을 하루도 쉬지 않고 달리고 달렸다.
어느새 구와타가 달리는 코스에 따라 잔디는 사라지고 길이 생기게 됐다. 이것이 바로 구와타의 길이었다. 물론 방문 당시 길은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선수생명을 걸고 수술을 단행한 구와타가 다시 마운드에 설 날을 기약하면서 쉬지 않고 달리고 달렸던 그 의지만큼은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8일(한국시간) LA 다저스 류현진이 처음으로 실내를 벗어나 다저스타디움 관중석 계단을 오르내렸다. 이제 수술을 마친 뒤 2주 남짓 지난 시점이어서 달리는 것도 아니고 빠른 걸음으로 오르내리는 수준이다. 불과 한 달여 전만 해도 이 계단을 달리던 류현진의 모습을 생각하면 기막힌 생각도 든다.
그럼에도 그 동안 실내에서 자전거 타기 등으로 재활운동을 시작한 데 이어 이제 밖에서 운동을 하게 된 것이 반가운 것 역시 사실이다. 하체 운동 뿐 아니라 수술부위와 관련이 있는 팔 운동 역시 이미 시작했다고 하니 재활을 위해 발걸음을 옮긴 것도 분명하다. 
류현진은 이날 다저스타디움 왼쪽부터 시작해 우측 끝까지 1층 관중석 통로를 따라 나 있는 계단을 빠지지 않고 오르내렸다. 통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대략 통로 1개당 20개의 계단이 있다. 거쳐야 할 통로는 30개이니 600여 계단을 오르내리는 셈이다.
이날 뿐 아니라 재활과정을 통해 류현진은 이 다저스타디움 계단을 앞으로도 수없이 오르내려야 한다. 지금은 빠른 걸음이지만 어느 날 부터는 달려서 오르내릴 것이다.
류현진이 다저스타디움 관중석 계단에서 복귀의 희망을 키우고 마침내 그것을 완성시키기를 바란다. 훗날 누군가 다저스타디움을 찾았을 때 기자가 십 수년 전 도쿄 요미우리 구장에서 구와타의 길을 보고 느꼈던 그 감동을 다시 느끼기를 기대한다. 류현진의 화려한 복귀를 기억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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