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승준, 2009년 '삼봉시절'로 되돌린 사진 한 장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6.09 06: 15

2009년, 롯데 자이언츠에는 3명의 10승 투수가 있었다. 당시 만29세였던 송승준, 만24세 동갑내기 조정훈과 장원준이다. 20대 이닝이터 트리오의 활약은 오래 지속될거라 생각했고, 롯데는 이들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었다.
성적도 좋았다. 비록 타고투저 속에 셋 다 평균자책점 4점대를 기록했지만 조정훈은 14승으로 공동 다승왕을, 장원준과 송승준은 13승으로 그 뒤를 이었다. 송승준은 여기에 3연속 완봉승이라는 선수생활에서 가장 빛났던 순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2015년, 롯데 1군에는 송승준만 남았다.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는데 장원준은 FA 자격을 얻고 두산 베어스로 이적했고, 조정훈은 2010년 수술 이후 지금까지 재활을 하며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송승준은 푸른 소나무처럼 롯데 선발진을 꿋꿋하게 지키고 있다.

지난 7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에 선발로 나선 송승준은 7이닝 2피안타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투구내용으로 시즌 6승 째를 따냈다. 슬로스타터 송승준에게 '6월 초 6승'은 어색한가보다. 역대 가장 빠른 페이스로 승리를 쌓고 있지만 송승준은 "적응이 안 된다. 작년과 비교해도 두 달이 빠른데, 자꾸 생각하면 나태해질 뿐이다. 내가 나간 경기는 무조건 이긴다는 생각 뿐"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송승준은 옛날 이야기를 꺼냈다. 며칠 전 핸드폰에 저장되어있는 사진 한 장을 보면서 2009년 당시를 떠올렸다는 이야기다. 사진 속에는 송승준과 조정훈, 장원준 모두 이를 드러내고 활짝 웃고 있다. 2009년 7월 3일 SK 와이번스전을 앞두고 경기 전 찍힌 사진인데, 바로 다음 날 송승준은 송은범과 선발 맞대결을 벌여 1-0 승리를 이끌고 3연속 완봉 고지를 밟았다. 송승준은 "원준이, 정훈이랑 찍은 사진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며 웃었다.
국내 최고의 포크볼러로 꼽히던 조정훈은 여전히 재활 중이지만 송승준과 장원준은 꾸준히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장원준이 2004년 1군에 데뷔했고 송승준은 그보다 3년 늦었지만 대신 장원준은 2년 동안 군복무를 했다. 공교롭게도 9일 현재 송승준과 장원준의 통산 승리는 90승으로 일치한다.
옛 동료, 그리고 아끼는 후배와 100승 달성을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 상황이다. 그렇지만 송승준은 "누가 먼저 100승을 하게 될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원준이도 두산에서 지금 잘 던지고 있지 않나. 그냥 건강하게 야구 오래 하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나 더, 7일 경기는 송승준에게 6년 만의 완봉승을 안겨줄 뻔했다. 7회까지 안타 2개만 내주고 무실점으로 잘 던졌는데, 마운드를 내려갈 당시 투구수는 99개였다. 조금 무리했다면 완봉까지 노려볼만했다. 하지만 롯데 벤치의 선택은 투수교체였다.
송승준의 마지막 완봉승은 2009년 7월 10일 목동 우리 히어로즈 전이었다. 당시 송승준은 9이닝 3피안타 2볼넷 4탈삼진 119구로 3연속 완봉승을 따냈다. 송승준이 좋아하는 '송삼봉'이라는 별명이 탄생한 순간이다. 그렇지만 송승준은 "어차피 점수차가 적어서 불펜이 등판할거라 생각했다. (던지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나가서 주자 깔아주고 내려오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2009년 셋이 함께 행복했던 시절 사진을 보고 등판했던 송승준은 6년 만에 완봉을 넘볼만한 투구를 했다. 이제는 시간이 지나고 각자 다른 위치에 있지만 여전히 송승준은 등번호 21번을 달고 사직구장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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