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겨울 대형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SK의 두 핵심 선수가 좀처럼 손뼉을 마주치지 못하고 있다. 부상 때문이다. 하지만 조만간 합체가 이뤄질 전망이다. SK 도 두 선수가 나란히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는 시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SK는 지난해 겨울 팀 내 FA 선수 5명을 모두 잔류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그리고 그 중 가장 핵심적인 선수가 바로 최정(28)과 김강민(33)이었다. 팀 내 간판타자의 위상이 있는 최정은 4년간 86억 원이라는 야수 최고액에 도장을 찍었고 역시 노리는 팀들이 적지 않았던 외야수 김강민도 4년 56억 원에 잔류를 선택했다. 두 선수에게 투자한 금액은 4년 총합 142억 원이었다. SK의 기대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김용희 SK 감독은 한 방이 있고 리드오프로서의 경험도 있는 김강민을 2번에, 그리고 간판인 최정을 3번에 배치해 공격적인 라인업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가지고 있었다. 이미 보여준 성과가 많고 한창 전성기를 달릴 시기라 기대감이 커진 것도 사실. 그러나 부상 때문에 모든 것이 꼬이고 있다. 아직 두 선수가 올 시즌 함께 뛴 경기는 한 번도 없다. 가뜩이나 팀 타선이 침체된 상황에서 아쉽게만 느껴지는 대목이다.

두 선수가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부상이 뼈아프다. 김강민은 시범경기 당시 도루를 하다 무릎에 부상을 당해 재활에만 2달이 걸린다는 통보를 받았다. 최정은 허리, 손목, 팔꿈치, 어깨 등에 연쇄적인 부상이 왔고 결국 지난달 27일 재활군에 내려갔다. 두 선수의 부상 속에 타선 짜임새는 남부럽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던 SK의 타격도 시들하다. SK는 55경기에서 2할6푼7리(리그 6위)의 팀 타율에 그치고 있으며 44개의 팀 홈런은 리그 9위다.
김용희 감독도 아쉬워하고 있다. 김 감독은 당초 김강민이 복귀하는 6월부터는 비교적 정상적인 전력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을 가지고 있었다. 5월까지는 최대한 버티고 축적된 힘을 바탕으로 여름 이후 승부를 본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최정의 기약 없는 2군행으로 이런 구상도 꼬였다. 여기에 주축 타자들이 불의의 부상에 시달리는 통에 타선의 힘이 크게 약해졌다. 결국 김무관 타격코치가 2군으로 내려가는 등 한바탕 홍역을 겪었다.
하지만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다. 두 선수가 6월 중순 이후에라도 건강하게 제 몫을 한다면 충분히 반등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는 SK다. 김강민은 1군에 합류해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인천 넥센전을 앞두고 1군에 복귀했고 계속 선발로 나가고 있다. 8경기에서 타율 2할9푼4리를 기록했고 수비에서는 명불허전의 활약을 이어가며 이름값을 했다. 공·수·주 3박자를 갖춘 김강민의 복귀는 SK 타선의 가뭄에 단비가 될 수 있다.
열흘을 넘게 쉬며 재활군에서 아픈 부위를 돌본 최정도 9일부터 퓨처스리그(2군) 경기에 출전한다. 구단 관계자는 “몸 상태는 많이 올라왔다. 수비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타격감을 끌어올리는 일이 남았다. 실전에서 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 섣불리 올라왔다 부상이 재발한다면 그보다 난감한 시나리오는 없다.
최정의 2군행에 대해 “선수는 뛰고 싶어 한다. 최정과 같은 성격의 선수라면 더 그렇다. 하지만 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밝힌 김 감독은 2군행 당시 최정과의 면담에서도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신중하게 몸 상태를 판단할 예정이다. 다만 큰 문제가 없다면 이르면 이번주 콜업도 기대할 수는 있는 상황이다. 최정이 건강하게 돌아오면 SK 타선은 완전체가 된다. 시즌 판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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