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두산, 그리고 SK가 객관적인 전력에서는 3강이다. 그러나 SK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 삼성에 비하면 뚜렷한 불안요소가 있다”
지난 2월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한 해설위원은 SK의 전력을 평가해달라는 말에 “불안요소가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SK가 삼성, 두산과 함께 객관적인 전력에서 가장 강한 것은 사실이지만 두 팀과는 달리 떨어질 요소가 적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 해설위원은 “전성기에서 내려오고 있는 선수들이 많다. 지난해 잘한 젊은 선수들은 1~2년 정도 더 지켜봐야 한다. 반짝인지, 진짜 실력인지는 올해 판가름 날 것”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SK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부인할 수 없는 ‘3강’에 속한다. 보통 감독들은 팀의 전력이 약하다며 손사래를 치지만 이는 김용희 SK 감독도 크게 부정하지 않는다. 포스트시즌 진출의 당위성이 있는 전력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SK는 시즌 초반 성적표에서 그렇게 좋은 위치에 올라 있지 못하다. 두 차례 1위를 기록한 적이 있지만 이 성적은 오래 가지 않았다. 오히려 최근에는 부진에 빠지며 7위까지 처지기도 했다. 8일까지 성적은 28승26패1무로 5위. kt라는 신생팀과 9번을 맞부딪힌 것을 생각하면 더 만족스럽지 못하다.

팀의 부진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선수들이 못해서 그럴 수도, 벤치의 판단이 잘못돼서 그럴 수도, 혹은 분위기 저하나 부상 등 악재가 겹칠 수도 있다. SK도 핵심 전력의 부상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던 하나의 원인임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재 KBO 리그 판도를 보면 그 정도 부상 공백이 없는 팀은 별로 없다. 또 부상 관리도 팀이 가진 역량 중 하나다. 현재 성적은, 핑계를 대기 어렵다고 봐야 한다.
이름값은 화려하다. 김광현은 리그 최고의 선발투수, 윤희상은 두 자릿수 승수 경력이 있는 믿을 만한 선발투수다. 밴와트는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선보였다. 정우람 윤길현 채병룡 고효준 등은 왕조 시절 SK 마운드의 핵심을 이뤘던 선수들이다. 타선도 마찬가지다. 베테랑들의 경력을 놓고 보면 죄다 3할, 혹은 그 언저리를 칠 수 있는 타자들도 구성되어 있다. 이재원 이명기 김성현 등 젊은 선수들은 지난해 의미 있는 발전을 이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현재 성적은 5위다. 선수들의 성적이 이름값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크다.
현재 SK의 풀타임 선발투수 중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김광현이 유일하다. 그나마 3점대 후반대, 4점에 더 가깝다. 타선에서는 3할 타자가 이명기(.311)밖에 없다. 그간 경력의 성적표만 보면 응당 3할을 쳐야 할 것 같은 선수들이 수두룩한데 현실은 이렇다. 3점대 평균자책점 선수 하나, 3할 타자 하나가지고 좋은 성적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일지도 모른다.
이런 SK를 두고 야구계에서는 “이름값 야구”라고 꼬집는 목소리도 있다. 팬들의 기대치는 여전히 ‘한창 잘했을 때’에 맞춰져 있는데 실제 나타나는 지표는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런 지적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온 것이기도 하다. 이런 성적이 계속 이어진다면 선수들도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이름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현재 성적이기 때문이다.
전성기 기량을 꾸준하게 유지하기는 쉽지 않다. 이미 주축 선수들 상당수가 30대 이상인 SK의 경우는 더 그렇다. 세대교체가 더디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이는 전적으로 팀의 미래를 제대로 그리지 못한 구단의 책임이다. 그렇다고 해서 이 팀에 기본이 없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은 여전한 장점이다. 경험이 풍부한 선수들은 결국 자신의 평균을 맞추는 능력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금까지 SK에 더 큰 비난을 부른 것이 근사한 이름값이었다면, 앞으로 기대를 걸어볼 수 있는 것도 이름값인 셈이다. 부정적인 의미로 보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다. 그 이름값에는 수많은 노력이 쌓여 있다. 그 노력을 믿고 다시 시작하면 된다.
현재 SK는 5위다. 그러나 아직 SK는 55경기밖에 치르지 않았다. 전체 일정의 40%도 안 된다. 그리고 선두 삼성과의 승차는 5.5경기다. 한 달에 3경기를 줄이기 쉽지 않은 것을 고려하면 큰 격차라고 볼 수 있지만, 따라잡지 못할 승차도 아니다. 차분하게 다시 추스리면 된다. 그래도 늦지 않다. 시즌은 어떻게 시작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끝을 내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선수들이 반등할 판을 만들어주는 것은 코칭스태프의 몫이다. SK가 올해부터 야심차게 시작하고 있는 ‘시스템 야구’는 시즌 초반 장·단점이 드러나고 있다. 외부의 눈에는 단점이 더 크게 드러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투수교체 타이밍, 승부처에서의 작전 등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를 보완하는 것도 선수들의 반등 못지않게 중요하다. 시스템은 감독 한 사람의 직관과는 달리 객관적인 업그레이드가 용이하다. 시스템 야구의 장점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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