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타자' 이승엽(삼성)은 3일 포항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한국 프로야구사에 한 획을 그었다.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한 이승엽은 5-0으로 앞선 3회 2사 주자 없는 가운데 두 번째 타석에 들어섰고 롯데 선발 구승민의 2구째를 잡아 당겨 120m 짜리 우월 솔로 아치를 쏘아 올렸다. KBO리그 사상 첫 개인 통산 400홈런 달성. '코리안 특급' 박찬호는 이승엽의 대기록 달성 다음날 자신의 홈페이지에 장문의 글을 남겼다. 제목은 '이승엽의 기록만이 아닌 우리의 것'.
박찬호가 기억하는 이승엽의 첫 인상은 어땠을까. "1993년 겨울 난 한참 미국 진출을 진행중이었다. 경상도 사투리를 하는 대구에서 올라온 선수가 나의 방 1호실로 들어왔다. 그 선수 이름은 이승엽이었고 타격에도 소질이 있는 투수라고 한다. 1호실로 배치가 된 선수들은 누구나 실력있는 이름난 고교 선수 출신들이 들어올 수 있다. "안녕하십니까! 경북고에서 온 이승엽이라고 합니다"라고 경상도 대구 사투리로 자신을 소개하며 인사를 하는 그의 첫 인상은 순하게 생긴 얼굴에 운동만 했던 촌티나는 고딩이었다".
이들의 '촌놈 논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박찬호는 "얼마 전에도 승엽이와 난 서로 촌놈이라고 언쟁을 한다. 대구가 공주보다 더 큰 도시라고 자신은 대도시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난 공주가 서울에서 더 가까운곳이니까 서울 물을 더 빨리 먹는다는 나의 말과 대립을 하곤 했다. 일본에서 한팀으로 같이 활동할때는 누가 더 촌놈이냐라는 언쟁으로 하루를 시작했던 기억들이 많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한양대 야구부의 동계 훈련 분위기는 신병 훈련소를 방불케 한다. 박찬호는 "신입생들이 한양대 야구부 기숙사에 들어오면 아마도 군입대를 하고 훈련소에 들어온 훈련병 이상으로 긴장감을 갖게된다. 한양대 야구부는 대학 야구에서 최고라는 자부심과 함께 그걸 증명이라도 하듯 많은 우승과 국가대표 선수들이 많기로 유명하다"며 "특히 1호실에는 대부분 국가대표 선수들이었다. 해마다 국가대표 선수 4~5명이 대표팀활동으로 빠져나가고도 우승했던 저력이 그 팀의 대단함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한양대 야구부원이라면 누구나 거쳐야 할 '사자성'은 혹독하기로 유명하다. 박찬호는 "당시 팔꿈치를 아파했고 통증으로 팔이 구부러져 있는 그의 모습도 기억한다. 당시 감독님과 코치님은 그를 보물로 여기시던 모습도 생각난다. 수능이 끝나고 이승엽은 한양대 입학을 포기하고 프로로 가버렸다. 그래서 그가 프로로 진로를 바뀌게 된걸 가지고 감독님과 코치님은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하셨던걸 기억한다"고 회상했다.

박찬호에게 이승엽은 자랑스러운 후배.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비록 다른 리그지만 우리는 프로라는 무대에 같은 시기에 진출했다. 나는 3년 전에 은퇴했고 후배 이승엽은 아직도 선수로서 한국 야구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그는 한국야구 역사를 새로 만드는 400개의 홈런을 친 '승짱' 이승엽이 됐다. 이승엽이 300홈런을 쳤을때 알렉스 로드리게스보다 몇주인지 몇달인지 빠른 최연소 300개홈런 타자라는 걸 난 다른 선수들에게 자랑하곤 했다. 그렇게 한국에도 훌륭한 선수가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 그런 나의 자랑들을 증명이라도 하듯 승엽이는 일본에서 최고의 홈런타자로 선전했고 WBC대회 라든지 올림픽에서도 나를 증명해주었다. 그런 이승엽이 이번에는 400개의 홈런으로 한국야구 수준을 더욱 높이 올려놓았다. 오늘부터 어린 선수들은 400개를 치는 타자가 꿈이 될 것이고 그 꿈들은 언젠가는 500개 아니 600개를 치는 훌륭한 선수들을 만들것이라고 믿는다".
박찬호는 이승엽의 400홈런 달성이 개인 기록이 아닌 야구계를 발전시키는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된다고 굳게 믿었다. "이렇게 멋진 일을 해낸 후배 승짱에게 축하를 보낸다. 그리고 더욱 노력해서 상상하지 못했던 또 다른 목표를 향해 가길 바란다"는 덕담도 빼놓지 않았다.
"유소년들과 젊은 후배선수들은 많은 홈런을 친 이승엽의 스윙을 배우고 싶어 할텐데 그의 스윙보다 그가 오래동안 겪은 경험,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왔던 절제력, 그리고 늙지않는 그의 정신력에 더욱 관심과 집중을 해서 배우길 바란다"는 게 박찬호의 말이다.
마지막으로 박찬호는 "기록은 훌륭함이기보다 중요함이다. 그 훌륭함은 그 기록을 깨는 새로운 훌륭함으로 없어지지만 중요함은 계속해서 새로운 훌륭함을 만들어내는 꿈이 된다. 우리가 배우고 느껴야 하는건 식어가는 훌륭함이 아닌 세상을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발전시키는 중요함"이라고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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