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선수가 나와야 이길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의 미국프로농구(NBA) 파이널이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1승 1패씩 나눠가진 두 팀은 10일 클리블랜드로 장소를 옮겨 3차전에 돌입한다. 1,2차전 모두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이었다. 그 와 중에 전혀 예상을 뒤엎은 의외의 선수가 대활약을 펼쳐 변수로 작용했다.
▲ 1차전의 ‘영웅’ 안드레 이궈달라

골든스테이트의 과제는 르브론 제임스의 수비다. 정확하게 말하면 제임스의 득점력을 떨어뜨리는 것만은 아니다. 어차피 제임스를 1 대 1로 완벽하게 막을 수 있는 선수는 없다. 두 명이 붙어도 마찬가지다. 다만 제임스가 최대한 어렵게 슛을 쏘도록 만들고, 공격에서 그와 동료들을 분리하는 것은 가능하다. 제임스의 1 대 1 공격비중이 높아질수록 제임스의 체력과 동료들의 슛 감각은 떨어진다. 골든스테이트는 상대적으로 편하게 수비할 수 있다.
1차전에서 스티브 커 감독은 해리슨 반스, 안드레 이궈달라, 드레이먼드 그린에게 돌아가며 제임스를 맡도록 했다. 특히 이궈달라에게 31분의 출전시간을 부여하며 중책을 맡겼다. 44점을 내준 수비가 성공적인 것은 아니었다. 다만 이궈달라는 최대한 제임스를 힘들게 했다.
제임스는 “내가 44점을 넣었지만 쉽게 넣은 득점은 하나도 없었다. 골든스테이트가 날 놔준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공격할 자원이 없다보니 제임스가 어쩔 수 없이 슈팅시도를 많이 할 수밖에 없었다.
이궈달라의 노력으로 다른 선수들은 공격에 쓸 체력을 아낄 수 있었다. 해리슨 반스(11점, 6리바운드)와 드레이먼드 그린(12점, 6리바운드)은 연장전 결정적인 플레이를 펼쳐 승리에 기여했다.
공격에서도 기여도가 컸다. 이궈달라는 결정적인 순간마다 강력한 플레이로 분위기를 가져오는 역할을 했다. 그는 1쿼터 종료와 동시에 제임스의 수비를 뚫고 들어가 강력한 투핸드 슬램덩크를 꽂았다. 그는 3쿼터 종료 1.5초를 남기고 다시 한 번 동점 레이업슛을 넣었다. 4쿼터 터트린 두 방의 3점슛도 추격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비록 제임스에게 44점을 줬지만 이궈달라의 15점은 임팩트가 컸다.
NBA 11년차인 이궈달라가 식스맨 역할을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까마득한 후배 해리슨 반스에게 주전자리를 내준 것은 자존심이 상할 수 있는 문제. 하지만 이궈달라는 그 역할을 기꺼이 받아들였고, 골든스테이트의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1차전 후 이궈달라는 4쿼터 마지막 제임스의 슛을 막은 것에 대해 “르브론 제임스가 최대한 어렵게 슛을 쏘도록 했다. 그의 리듬을 빼앗고 속도를 늦추도록 했다. 그러자 제임스가 스텝백 점프슛을 쐈다”고 했다.
수비전문 선수로의 변신에 대해 이궈달라는 “리그에 11년 있었다. 필라델피아 시절 항상 최고의 선수를 수비하고 공격까지 도맡았다. 지금은 수비에 많은 에너지를 쏟고 있다. NBA에서 오래 뛰고 있다. 좋은 선수들과 같이 뛰다보니 파이널에서 좋은 선수(제임스)를 맡고 있다”고 소감을 전했다.

▲ MVP 커리도 뚫지 못한 ‘통곡의 벽’ 델라베도바
1차전을 내준 클리블랜드는 카이리 어빙의 시즌아웃으로 위기를 맞았다. 하지만 예방주사를 맞은 경험이 있었다. 애틀란타 호크스와의 동부컨퍼런스 파이널 2,3차전 어빙 없이 이겼다. 매튜 델라베도바의 활약이 컸다. 파이널 2차전도 마찬가지였다. 거친 수비로 논란을 빚었던 델라베도바의 수비에 정규시즌 MVP 스테판 커리가 꽁꽁 묶였다. 델라베도바의 공격력은 어빙의 공백을 절대 메우지 못한다. 대신 수비에서 영향력은 어빙을 능가했다.
2차전에서 커리는 23개의 야투 시도 중 5개만 성공했다. 15개의 3점슛 시도 중 성공은 두 개 뿐이었다. 파이널 한 경기 3점슛 실패 13개는 역대최다의 불명예였다. 커리는 델라베도바가 수비할 때 8개의 야투를 시도해 모두 실패했다. 그 중 3점슛 5개도 포함돼 있었다. 델라베도바가 막을 때 커리는 단 하나의 슛도 성공하지 못했다.
델라베도바는 고의성이 짙은 허슬플레이로 논란의 대상이 됐다. 그는 시카고 불스와의 동부컨퍼런스 준결승에서 타지 깁슨에게 고의로 발을 감았다가 충돌을 했다. 또 애틀란타 호크스와의 동부컨퍼런스 결승 2차전에서 루즈볼에 몸을 던졌다가 카일 코버에게 부상을 안기기도 했다. 그가 심리전에서 이기기 위해 ‘더티 플레이’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델라베도바의 수비력은 진짜다. 시카고 불스와의 4차전에서 데릭 로즈는 델라베도바가 수비할 때 1/6의 저조한 야투를 기록했다. 특히 4쿼터 로즈가 던진 3개의 슈팅이 모두 빗나갔다.
제프 티그도 동부결승 2차전에서 델라베도바 앞에서 야투율 1/11로 무너진바 있다. 같은 경기서 다른 선수가 막을 때 티그는 야투 80%(4/5)를 기록했다. 단순한 슛선 택이나 컨디션의 문제가 아니었다. 델라베도바가 그만큼 올스타 가드들을 잘 막았다는 소리다.
르브론 제임스는 “사람들은 델라베도바가 키도 작고 빠르지도 않고 슛도 잘 못 쏘고, 볼 핸들링도 그렇게 좋지 않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그는 여러 장애물을 여러 번 극복했다”며 델라베도바를 칭찬했다.
델라베도바는 “어릴 때부터 자라면서 쭉 해왔던 기본기였다. 그냥 커리를 힘들게 하려고 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 3차전에서 미칠 선수는 누굴까?
2차전에서 티모페이 모즈코프는 3쿼터까지 17점, 11리바운드를 기록하며 골밑에서 존재감을 보였다. 골밑에서 우직하게 따내는 득점과 리바운드가 큰 역할을 했다. 2점에 그친 앤드류 보거트와 대조적이었다. 찰스 바클리는 “클리블랜드가 이기려면 모즈코프가 20점 이상을 해줘야 한다”면서 빅맨의 공격가담을 강조했다.
데이빗 블랫 감독은 4쿼터 박빙의 순간에서 모즈코프를 쓰지 못했다. 자유투 때문에 질 수도 있다는 판단이었다. 블랫은 3쿼터까지 잘한 모즈코프를 왜 쓰지 않았냐고 묻자 “팀이 이기기 위해 최선의 선택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모즈코프가 3차전에서도 제 몫을 해준다면 클리블랜드가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골든스테이트는 사고를 칠 수 있는 식스맨들이 많다. 션 리빙스턴과 리안드로 발보사는 속공으로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올 수 있는 선수들이다. 2차전에서 노마크 덩크슛을 실패해 패배의 빌미를 줬던 모리스 스페이츠가 ‘X맨’에서 벗어날지도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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