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로 팀을 떠나는 선수 마음속에는 각오 하나씩은 갖고 있기 마련이다. 라커룸에서 짐을 싸는 마음은 트레이드를 경험해보지 않은 선수는 절대 모른다고 한다.
kt 위즈 외야수 하준호는 롯데 입단당시 큰 기대를 받았던 투수 유망주였다. 좌완투수로 최고 150km를 뿌릴 수 있는 재목이었지만 투수로는 성공하지 못했고, 야수로 전향해 이제 1군에서 2년 차 시즌을 맞이하던 차에 트레이드 카드로 쓰였다. kt 측에서 하준호를 강력하게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적 후 하준호는 "많은 기회를 얻지 못한 게 가장 아쉬웠다"고 말했다. 성적과 전력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하면 팀마다 선수기용법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래도 선수는 가슴속에 아쉬움 하나씩은 품고 있다.

그랬던 하준호가 친정 롯데, 그리고 은사 이종운 감독 앞에서 한풀이를 했다. 하준호는 9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 자이언츠전에 우익수 2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데뷔 후 처음으로 하루에 홈런 2개를 날리며 롯데를 격침시켰다.
하준호의 시즌 2호, kt 이적 후 첫 홈런은 3회 터졌다. 선두타자로 나온 하준호는 롯데 선발 조쉬 린드블럼의 몸쪽 슬라이더를 잡아당겨 우측 담장을 넘겼다. 팔꿈치를 붙이고 제대로 스윙을 해 담장을 넘겼다.
kt 유니폼을 입고 처음으로 다이아몬드를 한 바퀴 유유히 돈지 얼마 안돼 또 기회가 왔다. 4-2로 앞선 5회 2사 1,2루에 등장한 하준호는 이번에는 볼카운트 1볼 1스트라이크에서 린드블럼의 떨어지지 않은 높은 포크볼을 인앤아웃 스윙으로 받아쳐 사직 좌중간 펜스를 넘어가는 스리런을 터트렸다. 이 홈런은 kt에 롯데전 첫 승리를 직감하게 한 홈런이었고, 롯데에는 비수가 됐다.
롯데 시절 손아섭은 1년 후배 하준호를 두고 "선수로서 재능은 나보다 낫다"고까지 말한 적 있다. 그 재능을 롯데에서는 꽃피우지 못했지만, kt에서는 마음껏 펼치고 있는 하준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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