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관(29, 두산 베어스)이 공격적인 피칭으로 자신에게 찾아온 위기를 스스로 돌파해냈다. 승리는 자동으로 따라왔다.
유희관은 9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 선발로 등판해 5⅔이닝 6피안타 6탈삼진 3볼넷 1실점했다. 시즌 최소이닝 투구 타이가 되기는 했지만 실점을 최소화한 유희관은 8승(2패)째를 거둬 팀의 5-2 승리 속에 알프레도 피가로(삼성)와 함께 이 부문 공동선두가 됐다.
이날 유희관 피칭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2회말이었다. 유희관은 선두 잭 한나한부터 박용택, 이병규(7번)까지 세 명의 타자에게 연속안타를 맞고 무사 만루 위기에 빠졌다. 그러나 이후 세 타자(양석환, 유강남, 황목치승)를 모두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가장 큰 위기에서 벗어났다.

이 상황에서 주 무기인 싱커가 큰 위력을 발휘했다. 볼카운트 1B-1S에서 양석환을 상대로 연속 헛스윙을 유도할 때도 싱커가 활용되며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었고, 유강남 타석에서도 초구와 2구째에 스트라이크를 넣어 유리했던 승부에서 싱커로 마무리했다. 황목치승과의 대결에서 역시 유리한 카운트를 전개한 끝에 싱커로 헛스윙 삼진을 엮어냈다.
2스트라이크 이후 포심 패스트볼을 스트라이크존 안으로 집어넣어 루킹삼진을 잡는 과감한 승부 패턴도 자주 활용하는 유희관은 여러 구종을 모두 결정구로 쓸 수 있는 기술도 좋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를 빛나게 하는 것은 유리한 카운트를 만들어 투구 수를 아끼면서 손쉽게 타자를 요리하는 능력이다.
2회말 무사 만루에서도 과감한 피칭으로 빠르게 스트라이크를 쌓고 본격적인 싸움에 들어갔기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 양석환 타석에서는 1B-1S에서 싱커로 헛스윙을 유도하며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고, 공을 그대로 지켜보던 유강남을 맞아서는 2S로 앞서 나갔다. 유강남과의 승부를 대기타석에서 지켜본 황목치승은 불리해지면 안 된다는 생각에 섣불리 방망이를 낸 탓인지 연속 파울 2개로 2S에 몰렸다. 유희관은 갈수록 쉽게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주자가 있을 때 주눅들지 않고 적극적인 싸움을 한 덕분에 병살타도 2개나 만들어냈다. 1회말 오지환을 볼넷으로 출루시킨 후 김용의와의 맞대결에서 유희관은 투수 땅볼을 유도해 병살로 엮었다. 4회말 양석환의 우전 적시타로 1실점하고 유강남에게 볼넷을 허용한 직후에도 유희관은 황목치승을 낮은 볼로 유혹해 투수 땅볼을 유도하고 다시 1-6-3 병살타로 이닝을 끝냈다.
위기가 빠지면 투수들은 타자에게 맞지 않기 위해 더욱 정교한 로케이션으로 맞서려 하지만, 이런 시도들이 볼넷으로 이어지거나 불리한 볼카운트를 만들어 장타를 허용하는 더 큰 위기를 자초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희관은 위기일수록 과감한 정면승부를 선택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그를 도와준 것이 지금껏 갈고닦은 싱커였다. 유희관의 선택은 이번에도 승리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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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