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 아이콘' 필이 없었다면 KIA는 끔찍했다
OSEN 선수민 기자
발행 2015.06.10 06: 10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브렛 필(31)이 팀의 중심타자를 넘어서 승리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고 있다.
필은 올 시즌 KBO 리그에서 가장 성공한 외국인 타자 중 한 명이다. 필은 국내 리그 2년차 타자다. 지난 시즌 KIA에 입단한 후 92경기서 타율 3할9리 19홈런 10도루 66타점으로 활약했다. 하지만 지난해 그가 보여줬던 모습은 전부가 아니었다. 지난해 왼쪽 손등에 공을 맞지만 않았다면 더 좋은 성적도 기록했을 필이다.
어떻게 보면 다행인 점은 KIA가 필과 재계약을 맺은 것이다. KIA는 일찌감치 외국인 타자 필과 재계약에 성공했고, 건강한 필은 완전히 KIA의 효자 용병으로 떠올랐다. 필은 올 시즌 팀 내에서 규정 타석을 세운 선수 중 가장 좋은 타율 3할1푼2리를 기록 중이다. 여기에 10홈런 48타점의 맹활약이다. 하지만 필의 진가는 결승타를 보면 나온다.

필은 9일 광주 넥센전을 앞서 모두 7번의 결승타를 기록했다. 중요한 순간마다 한 방을 터뜨려주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또한 당초 3번 타자로 출전하다가 4번 타자에 빈자리가 생기자 그 타순에서 제 임무를 다 해내고 있다. 9일 광주 넥센전도 마찬가지였다. 팀이 1-3  뒤진 4회말 2사 만루서 타석에서 김대우의 커브를 받아쳐 역전 만루포를 작렬시켰다.
KIA는 사실상 필의 그랜드슬램으로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을 수 있었다. 필은 올 시즌만 두 번째 만루 홈런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 23일 광주 롯데전에선 2-6으로 뒤진 9회말 동점 만루포를 날리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 KIA는 만루 기회에서 이홍구가 끝내기 사구를 얻어 7-6의 대역전승을 거뒀다. 드라마처럼 이루어진 역전승엔 항상 중심타자 필이 존재했다.
필의 존재는 점차 팀의 중심을 넘어서 살림꾼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사실 KIA는 올 시즌 팀 타율 2할5푼8리로 리그 9위를 기록 중이다. 타점 역시 247타점으로 kt에 이어 리그 9위를 마크하고 있다. 그럼에도 28승 28패의 5할 승률을 기록할 수 있는 것은 마운드의 힘은 물론이고 극적인 승리를 만들어낸 필의 역할이 컸다. 만약 7번이 터뜨린 필의 결승타가 없었다면 KIA는 단연 리그 최하위였을 것이다.
이제는 정말 ‘효자 용병’을 넘어서 팀의 중심 혹은 그 이상을 향해가고 있는 필이다. 필은 이날 경기 후 한국 생활에 대해 “정말 좋다”고 말했다. 이어 뛰어난 활약에 대해선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환경이나 경기장도 좋고 팬들이 응원해주니 좋은 실력이 나오는 것 같다”며 미소를 지었다. 점차 ‘효자 용병’을 넘어 ‘한국인 타자’가 되어가고 있는 필이다. 과연 올 시즌 그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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