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것은 피부색과 국적뿐이다. 성격과 행동은 완전히 다르다. 그리고 결과는 둘 다 '꽝'에 가까워지고 있다. 루카스 하렐과 잭 한나한을 향한 LG 트윈스의 고민이 시작됐다.
LG는 지난 겨울 루카스와 90만 달러, 한나한과 100만 달러 보장 계약을 체결했다. 2013시즌과 2014시즌 LG는 외국인선수의 부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올 시즌은 과감한 투자와 함께 답을 찾기로 했다.
실제로 연봉 계약액만 봐도, 루카스와 한나한은 2014시즌 영입했던 조쉬벨 티포드 스나이더보다 두 배 이상 비싸다. 루카스는 2012시즌 메이저리그 11승 투수, 한나한은 메이저리그 614경기를 소화한 베테랑 내야수다. 커리어에선 어느 외국인선수와 비교해도 뒤처지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둘 다 기대했던 모습과는 거리가 있다.
먼저 루카스는 산만한 정신자세로 자신의 재능을 깎아먹고 있다. 140km 중후반대의 포심 패스트볼과 140km대의 지저분한 변형 패스트볼, 크게 떨어지는 커브와 체인지업까지 투수로서 완벽한 무기를 지녔다. 하지만 구심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지나치게 민감하게 반응하며, 순간적으로 볼넷을 남발하며 자멸하곤 한다.
경기 중 상대타자가 타석에서 물러난 것까지 불만을 표하면서 와르르 무너진 적도 있다. 그러면서 루카스는 13경기 67이닝을 소화하며 4승 6패 평균자책점 5.64를 기록. 몸값에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를 찍고 있다. 기록만 놓고 보면, 지난해 저가형 외국인선수였던 코리 리오단이 훨씬 나았다.
한나한은 루카스와 반대다. 성격과 행동만 놓고 보면 이만한 외국인선수가 없을 정도로 최고다. 덕아웃에선 파이팅이 넘치고, 그라운드 위에선 누구보다 진중하다. 그런데 몸 상태가 정상이 아니다. 1월말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종아리 통증을 호소했고, 실전에 투입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지난달 7일부터 경기에 나서고는 있지만 100% 컨디션은 아니다. 3루 수비를 기대하고 영입했는데, 3루 수비는커녕, 주루플레이와 1루 수비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전력질주가 불가능하며 수비시 타구에 반응하는 속도도 많이 떨어진다. 한나한이 3루 수비가 안 되면서, LG 내야진은 지난해보다 더 불안해졌다. 그나마 타석에선 3할1푼9리 2홈런 16타점 OPS 0.875 득점권 타율 3할3푼3리로 보탬은 되고 있다. 하지만 홈런타자가 아닌 외국인 1루수의 가치는 높지 않다.
문제는 이들을 교체하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9일까지 LG는 시즌 전적 25승 33패 1무로 리그 9위에 자리하고 있다. 1위부터 8위까지 매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바뀌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데, LG는 전쟁터와 떨어진 채 하향곡선만 그리는 중이다. 중상위권에 있었다면 외국인 교체 카드라는 승부수를 던져볼만 한데, 지난 한 달 동안 LG의 모습을 보면 누구를 영입해도 쉽지 않다. 이병규(9번) 이진영 최경철 손주인 등 팀의 중심을 잡아온 베테랑 야수들이 줄부상으로 빠졌고, 1군 엔트리는 경험 없는 젊은 선수들로 가득하다.
무엇보다 LG로선 루카스와 한나한에게 투자한 190만 달러를 포기하기가 부담스럽다. 그리고 190만 달러를 포기한다고 해도, 다시 거액을 들여 외국인선수를 데려오기도 힘들다. 루카스 대신 레다메스 리즈를 영입할 수도 있으나, 리즈는 LG에서 루카스보다 많은 돈을 받아왔다. 리즈에게 투자를 한다고 해도, 메이저리그 재진입을 노리는 리즈가 지금 당장 한국 복귀를 선택할 확률은 높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LG 프런트는 2013시즌을 앞두고 그룹 지시로 대규모 개혁을 단행했다. 프런트 각 파트 팀장들을 그룹 내 타사로 전출시키며 새로운 LG 트윈스를 만들려고 했다. 그 결과, 그동안 외국인 스카우트에 앞장섰던 이도 옷을 벗고, 다른 구단으로 이적했다.
지방 A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스카우트는 경험 없이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그동안 쌓아놓은 에이전트들과의 관계, 협상전략 등 경험이 전무하면 실패만 반복할 뿐이다”며 “LG의 경우, 2013시즌부터 맨땅에 헤딩하듯이 외국인선수 스카우트에 나서고 있다. 구단 내 의사결정속도도 빠르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이대로라면 앞으로도 시행착오를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겨울 LG는 루카스와 한나한을 영입하기에 앞서, 현재 삼성에서 활약 중인 피가로, kt서 뛰고 있는 마르테와도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계약까지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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