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는 투수 놀음. 강팀이 되기 위해 마운드 구축은 필수 요건이다. 삼성은 탄탄한 마운드를 바탕으로 리그 최고의 강팀으로 군림했다. 기존 자원은 리그 최정상급이지만 삼성 왕조가 오랫동안 지속되기 위해서는 마운드의 새 얼굴이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큰 위기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류중일 감독은 9일 "장원삼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겠다"고 공언했다. 다승왕 출신 장원삼은 올 시즌 11차례 마운드에 올라 4승 6패(평균 자책점 6.83)로 주춤했다. 지금껏 그가 보여줬던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믿음의 야구'를 추구하는 류중일 감독은 "장원삼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기로 했다. 한 번 더 등판해 전화위복의 기회를 마련하면 계속 던지고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인다면 2군에서 재충전의 기회를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류중일 감독은 평소 입버릇처럼 "커리어가 있는 선수는 언젠가는 올라오게 돼 있다. 이들이 정상 궤도에 올라올 수 있도록 믿음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대체 자원도 마땅치 않다. 시범 경기까지 백정현, 차우찬과 5선발 경쟁을 벌였던 정인욱은 어깨 통증에 시달리다 최근 들어 공을 다시 잡았다. 정인욱을 제외하면 선발진의 한 축을 책임질 만한 대안이 없다. 류중일 감독 또한 "2군에도 자원이 없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9일 현재 퓨처스리그 다승 5걸 가운데 삼성 투수의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남부리그로 범위를 좁히면 김현우와 홍정우가 나란히 공동 5위에 올라 있다. 잘 알려진대로 김현우는 선발보다 계투가 잘 어울린다. 홍정우는 아직 1군 마운드에 오를 수준은 아니다.
외부 영입보다 내부 육성에 주력 중인 삼성은 해마다 히트 상품을 배출시키고 있지만 투수보다 타자의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고졸 5년차 심창민이 아직까지 막내 신세를 면치 못하는 것도 삼성 마운드의 현실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구단 내부에서도 "투수 가운데 새 얼굴이 없다"고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삼성은 전년도 성적의 역순으로 지명 기회를 얻는 신인 드래프트에서도 만족할 만큼의 소득을 얻지 못했다. 더욱이 NC 다이노스와 KT 위즈까지 가세해 신인 지명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게 현실이다.
삼성의 '지키는 야구'의 토대를 마련한 양일환 퓨처스 투수 코치와 KBO 최고의 학구파 코치로 평가받는 성준 BB아크 투수 코치 등 베테랑 지도자들의 능력은 뛰어나다. 하지만 코치들의 지도 능력이 출중해도 자원이 부족하다보니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류중일 감독은 언젠가 "투수 가운데 새 얼굴이 나와야 팀이 강해진다. 과거 해태는 해마다 좋은 투수가 배출되다보니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다. 반면 우리는 그렇지 않다. 타자는 나오는데 투수는 안 나온다. 아마추어 쪽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광주지역은 야구를 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많은 반면 대구는 머릿수를 채우는데 급급하다. 그래서 외국인 투수 선발에 더욱 더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상황에서 믿을 건 장필준과 이승우 뿐. 해외파 출신 장필준은 재활 과정을 거쳐 실전 등판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리고 정현욱(LG)의 FA 보상 선수로 삼성 유니폼을 입은 이승우 또한 지긋지긋한 부상 악령에서 벗어나 마운드 복귀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류중일 감독은 "후반기에 믿을 선수는 장필준과 이승우 뿐"이라며 "지금 또 아프면 다시 시작해야 하는 만큼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확실히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6월 1차 지명과 8월 신인 드래프트 때 투수 보강에 주력할 뿐만 아니라 마운드 강화를 위한 팜 시스템 개편을 추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삼성의 미래는 마운드의 새 얼굴 발굴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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