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L은 왜 NBA만큼 재미가 없을까. 떨어지는 경기력이 가장 큰 이유지만 다른 원인도 있다.
NBA 최고의 두 팀이 맞붙는 파이널 시리즈는 소위 ‘대박’을 치고 있다. 3차전까지 진행된 현재 르브론 제임스(31)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가 MVP 스테판 커리(27)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 2승 1패로 앞서 있다. 클리블랜드의 창단 첫 우승이냐? 아니면 골든스테이트가 40년 만에 대권을 되찾느냐? 전세계 농구팬들에게 초미의 관심사다.
▲ 시청률 대박친 NBA 파이널

경기내용도 명승부의 연속이다. 1,2차전 모두 연장전에서 간신히 승부가 갈렸다. 특히 제임스의 활약은 역대급이다. 1차전에서 제임스는 파이널 개인최다인 44점을 퍼부었다. 카이리 어빙이 부상으로 빠진 2차전서는 39점, 16리바운드, 11어시스트로 트리플더블을 작성했다. 제임스는 3차전에서도 40점, 12리바운드, 8어시스트, 4스틸, 2블록슛의 원맨쇼를 펼쳤다.
제임스는 3경기 평균 41점, 10.3리바운드, 8.3어시스트, 2스틸, 1블록슛을 기록 중이다. 이대로라면 마이클 조던이 1993년 세웠던 파이널 시리즈 역대최고 평균 41점 경신에도 도전해볼만하다. 호주대표팀 소속으로 2014 농구월드컵에서 한국과 상대했던 매튜 델라베도바는 커리를 꽁꽁 묶으며 파이널 최고의 영웅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내에서 지상파방송 ABC를 통해 1,2차전을 지켜본 가구 수는 평균 1290만 가구로 집계됐다. 이는 최근 10년 동안 가장 높은 수치다. 특히 2차전의 경우 한 때 2440만 가구가 시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지난해 똑같은 시점에 비해 26% 증가한 것. 클리블랜드 지역에서 무려 42.1%, 샌프란시스코 지역에서 31.7%가 2차전을 생방송으로 봤다고 한다. NBA 신기록이다.
마이클 조던이 마지막 우승을 차지했던 1998년 파이널 6경기 평균 1800만 가구가 농구를 봤다. 그 때와 비교해 인터넷중계 등 다양한 시청방법이 생겼다는 것을 감안하면 올해 NBA의 인기는 의미심장하다.
현재 국내서 NBA 파이널은 케이블채널 ‘SPOTV’와 네이버 인터넷 중계를 통해 시청이 가능하다. 현재 네이버 NBA 중계는 실시간 시청자가 9만 명을 넘고 있다. 이는 평소 NBA 중계의 4배에 달하는 수치다. 경기가 평일 오전에 방송되는 점을 감안할 때 매우 고무적인 숫자가 아닐 수 없다. 재미만 있다면 어떻게든 팬들은 본다는 뜻이다.

▲ 경기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NBA 스케줄
한 시즌의 대미를 장식하는 파이널 시리즈는 NBA가 갖고 있는 최고의 상품이다. 상품의 질을 결정하는 것은 결국 경기력이다. NBA는 선수들이 최상의 경기력을 낼 수 있는 일정을 짜고 있다. 최상의 경기력을 발휘한다면 결국 팬들은 농구채널을 선택하게 돼있다.
NBA는 컨퍼런스 파이널 일정과 상관없이 파이널 일정을 최소 한 달 전에 고정시킨다. 전세계에서 모이는 수 백 명의 취재진들이 호텔이나 비행기 일정 등을 미리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컨퍼런스 파이널이 일찍 끝나도 파이널 일정을 당기지 않는다.
올해 골든스테이트와 클리블랜드는 각각 휴스턴과 애틀란타를 4-1, 4-0으로 물리쳤다. 시리즈가 조기에 끝나면서 선수단은 일주일간 충분히 쉬고 전력분석을 할 수 있었다. 특히 부상자가 많은 클리블랜드는 2경기 연속 연장전을 치르고 3차전을 잡을 수 있는 힘을 축적했다.
NBA는 현지시간 목요일에 1차전을 한 뒤 이틀 쉬고 일요일에 2차전을 했다. 클리블랜드에서 목요일에 4차전이 끝나면 다시 이틀 쉬고 일요일에 오클랜드에서 5차전을 한다. 이동이 잦지만 선수들이 체력을 회복할 시간이 충분하다. 또 가장 많은 시청자가 볼 수 있는 일요일에 최대한 많은 경기를 개최하려는 상업적인 의도도 있다.
NBA는 지난해부터 파이널에서 전통적인 2-3-2 시스템을 버리고 2-2-1-1-1을 도입했다. 덕분에 파이널 기간에 두 번만 움직이면 됐던 선수들은 최대 4번이나 미국을 횡단해야 한다. 누적된 피로가 경기력 저하로 이어지는 것을 막으려면 휴식시간을 더 주는 수밖에 없다.
▲ KBL, 경기력보다 일정이 중요한가?
KBL 플레이오프는 힘들어도 너무 힘들다. 6강부터 치르는 팀들은 이틀에 한 번 꼴로 계속 경기하며 챔피언결정전까지 가는 경우도 있다. 정규시즌 역시 54경기로 많다. 4강에 직행하는 팀이 아니라면 체력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모비스와 동부의 올해 챔피언결정전은 역대 가장 싱거웠다는 평이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노장이 많은 두 팀은 각각 LG, 전자랜드와 플레이오프 4강서 5차전까지 혈전을 치렀다. 챔피언결정전 1차전은 3월 29일이었다. 동부가 전자랜드와 싸운 불과 이틀 뒤였다.

재밌는 일화가 있다. 3월 27일 원주에서 밤까지 전자랜드와 싸운 김주성은 부랴부랴 서울로 올라왔다. 양동근도 28일 오전 울산에서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올라왔다. KBL센터에서 하는 챔프전 미디어데이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피곤이 천근만근 쌓인 상황에서 팬들을 위해 나선 것이다. 서울에 몰린 언론사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서였다. 주객이 한참 전도됐다. 두 선수는 인터뷰를 마치자마자 비행기를 타고 울산으로 내려갔다. 챔피언결정전을 하루 앞두고 양 팀 핵심선수들을 대하는 ‘KBL의 클라스’다.
챔프전 일정도 지나치게 빡빡했다. 두 팀은 7일 동안 하루씩 걸러 4경기를 했다. 울산에서 원주로 장소를 바꾸는 시기에도 휴식일을 하루 더 주지 않았다. 가장 재밌어야 할 챔프전이 역대급 ‘핵노잼 4-0’으로 끝났다.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과거처럼 챔프전에서 이틀 연속 경기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은 없었다는 점이다.
농구인들은 국가대표까지 지낸 김영기 총재가 다시 부임하면서 KBL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경기인 출신이기에 적어도 농구의 경기력에 직접 관련한 행정에 대해서는 역대 다른 총재보다 나을 것이란 희망이었다. 하지만 김 총재의 행보도 다른 정치인, 언론인 출신 총재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 남 눈치 보기 전에 경기력부터 올려야
KBL이 이처럼 무리한 일정을 짜는 이유가 있다. 프로야구나 지상파 방송국의 눈치를 보기 때문이다. 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전에 챔프전을 끝내야 한 번이라도 지상파에 더 노출될 수 있다는 발상이다. 프로농구 챔프전이 프로야구 시범경기에 밀리는 형국이다. 스포츠중계의 전문성과 영향력에서 스포츠전문 케이블이 지상파 중계를 추월한지 오래다. 그나마 지상파에서 농구경기가 중계되더라도 경기력이 매우 저조하다면 대체 누가 새로운 팬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심지어 KBL은 지상파 중계를 위해 챔프전 일반관중 입장을 과감하게 포기했다. KBL은 챔프전을 앞두고 오후 7시였던 2,4차전 경기시간을 각각 오후 5시와 4시로 변경했다. 이미 7시 경기로 예매가 일부 진행된 상황. 화가 난 울산팬들은 1차전 ‘먹고살기 바쁜 평일 5시가 왠말이냐?’는 플래카드로 기습시위를 했다. 이 과정에서 KBL 직원들과 몸싸움이 일어나 일부 관중이 다쳤다.

챔프 1차전 5563명을 수용하는 동천체육관에 6629명의 관중이 몰렸다. 입석표까지 판매돼 복도까지 관중이 만원이었다. 그런데 2차전 같은 장소에 관중은 3028명이었다. 무료초대권 관중을 제외하면 유료관중 2841명으로 역대 최소기록이었다.
이런 현장의 분위기는 고스란히 지상파 중계를 통해 대중에게 전달됐다. 처음 프로농구를 보는 팬들은 ‘프로농구는 챔프전인데도 저렇게 관중이 없나?’라고 오해할 소지가 있었다. 이는 곧 KBL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로 연결돼 브랜드 가치까지 동반 하락할 수 있다. 모두 다 KBL이 자초한 일이다.
프로농구가 어떤 채널을 통해 노출되는가는 물론 중요한 문제다. 하지만 그 전에 경기의 질을 높이는 것이 우선이다. 경기력만 받쳐준다면 팬들은 어떠한 수단을 통해서라도 경기를 본다. NBA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가시적 성과를 위해 남 눈치 보기 급급한 KBL이 되새겨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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