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미래의 에이스가 맞대결을 펼쳤다. 승부는 한 쪽으로 기울었지만 이들이 보여준 투수전은 챔피언스필드를 뜨겁게 달궜다.
넥센은 10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와의 경기에서 9회초에 터진 박동원의 결승타를 앞세워 4-3으로 승리했다. 넥센은 전날 패배를 깨끗이 설욕했다. 특히 상대 에이스 투수와 맞붙어 뒤지지 않았던 김택형의 호투가 인상적이었다. 리그 최고 에이스 양현종의 투구는 충분히 빛났다.
KIA는 6승 2패 평균자책점 1.48로 팀 내는 물론이고 리그 에이스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양현종을 선발로 내세웠다. 이에 맞서는 넥센의 선발은 고졸 루키 김택형. 염경엽 넥센 감독은 전날 경기에 앞서 김택형을 선발로 예고하며 “현재 양현종과 미래 양현종의 대결이다”면서 “양현종의 투구를 보고 배울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게감만 본다면 양현종을 내세운 KIA 쪽이 무거웠다. 특히 양현종은 이날 경기 전까지 25이닝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다. 지난 4일 잠실 두산전에선 9이닝 1피안타 2볼넷 5탈삼진 무실점 완봉승을 거둔 바 있다. 좀처럼 오르지 않았던 구속을 150km까지 끌어 올리며 정상 궤도에 올랐다. 반면 김택형은 이번이 데뷔 후 두 번째 선발 등판.
하지만 경기는 팽팽한 투수전으로 이어졌다. 양현종의 출발은 다소 불안했다. 1회초 김하성에게 2루타를 맞은 후 박헌도의 유격수 땅볼로 3루 진루를 허용했다. 이어 이택근의 중견수 희생 플라이로 선제 실점. 연속 무실점 기록은 25⅓이닝에서 끝났다. 그 후 박병호에게 우전안타, 유한준에게 적시 2루타를 맞으며 2점째를 잃었다.
양현종은 2회에도 2안타를 허용하며 흔들렸다. 하지만 1사 1,3루에서 김하성을 5-4-3 더블 플레이로 처리하며 불을 껐다. 두 차례 위기를 넘긴 양현종은 점차 제 컨디션을 찾았다. 제구가 안정되면서 3회부터 5회까지 연속 삼자범퇴 이닝을 만들었다. 6회엔 첫 타자 박헌도를 볼넷으로 출루시켰지만 노련한 견제를 통해 스스로 위기를 벗어났다.
양현종은 7회 1피안타 2볼넷으로 만들어진 2사 만루 위기에서 마운드를 내려오며 이날 임무를 마쳤다. 이어 등판한 김태영은 김하성을 범타 처리하며 양현종의 자책점을 ‘2’에서 멈췄다. 양현종은 6⅔이닝 동안 115구 역투를 펼치며 비교적 제 몫을 다 해줬다.
신인 김택형도 만만치 않았다. 타자를 압도하는 구위는 아니었으나 위기의 순간에서 배짱투로 실점을 최소화했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에 앞서 김택형을 불러 세워 한 가운데 스트라이크존을 표시하며 “여기만 보고 던져”라고 말했다. 그리고 김택형은 불안했던 제구를 어느 정도 잡는 모습이었다. 위기의 순간에는 떨어지는 변화구로 KIA 타선을 상대했다.
팀이 2-0으로 앞선 1회말에는 2사 1,3루 위기에서 김주형을 3루 땅볼로 막았다. 2회엔 첫 타자 최용규에게 사구를 허용했으나 김호령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이어 포수 박동원이 최용규의 2루 도루를 저지했고, 이성우까지 헛스윙 삼진으로 막았다. 3회엔 1사 후 나지완, 김다원의 안타와 김주찬의 유격수 땅볼로 첫 실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김택형은 실점 이후 안정을 되찾으며 4회 김주형, 최용규, 김호령을 가볍게 삼자범퇴 처리했다. 5회에는 선두타자 이성우에게 좌전안타를 맞은 후 강한울의 희생번트로 1사 2루 위기에 몰렸다. 하지만 김택형은 득점권에 주자를 내보내고도 나지완, 김다원을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자신의 임무를 다 했다. 김택형은 5이닝 동안 79개의 공을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넥센은 끝내 박병호의 동점포, 박동원의 결승포로 경기를 뒤집었다. ‘미래의 양현종’이라는 평가를 받는 김택형의 5이닝 5피안타 1사사구 4탈삼진 1실점 쾌투는 야구팬들의 이목을 끌었다. 결국 승리의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그리고 리그 최고 에이스로 군림하고 있는 양현종은 6⅔이닝 6피안타 3볼넷 3탈삼진 2실점의 노련한 경기 운영 능력을 뽐냈다. 양현종과 ‘미래 양현종’ 김택형의 좌완 대결은 승패를 떠나 챔피언스필드를 달구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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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김경섭 기자 greenfield@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