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삼성의 천적 관계가 180도 뒤바뀌었다. 독수리 잡는 사자에서 사자 잡는 독수리로 달라졌다.
삼성과 한화는 지난 3년간 우승과 최하위의 성적에서 나타나듯 상대전적에서 큰 차이를 나타냈다. 2012년 13승6패, 2013년 12승4패, 2014년 11승4패1무로 삼성이 압도적 우위를 점했다. 3년간 총 전적은 36승14패1무. 승률이 무려 7할2푼이다. 그런데 올해는 한화가 5승2패로 삼성에 앞서며 천적 관계가 뒤바뀌었다. 김성근 감독은 "삼성이 안 좋을 때 만났을 뿐"이라고 말하지만 뒤바뀐 천적 관계에는 이유가 있다.
▲ 독수리 킬러들은 어디로?

삼성의 대표적인 한화 킬러는 우완 투수 윤성환이다. 2007년부터 2014년까지 한화전 통산 29경기 16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2.90으로 위력을 떨쳤다. 그러나 올해는 한화전 2경기에서 승리없이 2패 평균자책점 5.54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같은 기간 장원삼(15승5패·2.71)과 차우찬(8승1패4홀드·3.39)도 한화에 강했으나 올해는 모두 6실점 이상 대량 실점으로 졌다.
지난 3년간 한화전 팀 평균자책점이 3.13이었지만 올해 4.35로 상승했다. 외국인 투수 타일러 클로이드와 알프레도 피가로가 선발로 나온 경기에서만 2승을 했을 뿐 토종 선발을 내세운 나머지 5경기는 모두 졌다. 하나 같이 선발투수들이 무너졌다. 장원삼을 제외한 윤성환·차우찬이 올해도 좋은 투구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을 차례로 무너뜨린 건 한화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 익숙해지거나 공략 비법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 타자들도 지난 3년에 비해 한화전 성적이 하락했다. 3년과 비교할 때 올 시즌 팀 타율(.301→.260), OPS(.840→.767)가 눈에 띄게 떨어진 것이다. 박한이(.438) 채태인(.375) 최형우(.346) 박석민(.333)가 올해도 한화 상대로 3할대 타율이지만 이승엽(.227) 김상수(.154) 야마이코 나바로(.154)가 부진한 가운데 전체적인 힘이 떨어졌다. 경기당 평균 득점이 지난 3년은 6.5점이었지만 올해는 4.1점으로 2점 넘게 줄어들었다.
▲ 달라진 한화의 기습
지난 3년과 올해, 한화가 가장 달라진 건 사령탑이다. 김성근 감독은 끊임없이 작전을 걸면서 상대를 압박하는 스타일이다. 올해 유독 삼성전에서 기습적인 작전으로 허를 찌르는 장면이 많이 나왔다. 이런 플레이들이 하나둘씩 속출한 뒤로 삼성은 한화만 만나면 뭔가 꼬이는 모습이다. 지난 3년간 한화에게서 볼 수 없었던 모습이 삼성을 당황에 빠뜨리는 것이다.
시즌 첫 대결이었던 지난 4월14일 대전 경기가 그 시작이었다. 당시 한화는 4-3으로 리드한 7회 1사 3루에서 이시찬이 깜짝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며 쐐기 득점을 냈다. 이튿날 삼성 류중일 감독도 "그 상황에서 스퀴즈가 나올 줄 몰랐다. 깜짝 놀랐다"고 인정했다. 그 이후 5월14일 대구 경기에서도 한화는 5회 1사 2·3루에서 권용관이 여유 있게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냈다. 두 번 모두 삼성 수비는 스퀴즈 예상 못했다.
10일 대구 경기에서도 한화는 역전 과정에서 깜짝 더블 스틸로 삼성의 혼을 빼놓았다. 4회 무사 1·2루 최진행 타석에 페이크 번트 슬래시 작전이 걸렸고, 번트를 대비한 삼성의 수비가 움직인 사이 1~2루 주자 정근우·김태균이 동시에 다음 베이스로 뛰었다. 거구 김태균이 포함된 더블 스틸 성공. 거포 최진행 타석에서 나온 의외의 작전이었다. 최진행의 볼넷으로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 신성현의 만루포로 순식간에 역전했다.
▲ 천적 관계 지속 가능성은?
한 번 형성된 먹이사슬은 쉽게 끊이지 않는다. 삼성은 한화에 약점을 제대로 잡혔고, 심리전에서 말려들고 있다. 실제로 삼성은 2011년에도 우승을 차지했지만 공동 6위 한화에는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다. 당시 삼성과 한화의 승차는 21경기였지만 맞대결에서는 한화가 무려 4차례 위닝시리즈를 가져갔다.
2011년 당시 한화는 삼성전 10승 중 6승이 역전승으로 이 가운데 3승은 7회 이후 최강 불펜을 무너뜨린 결과였다. 삼성의 2년간 이어간 7회 리드시 130연승 행진도 한화에 의해 끊겼다. 올해도 3년 전 같은 흐름으로 흘러가고 있다. 한화가 지난 3년과 달리 몰라보게 끈질김이 생긴 것도 달라진 요소다.
삼성은 3연전 마지막인 11일 한화전에 클로이드를 선발로 내세워 시리즈 싹쓸이만은 피하고자 한다. 한화는 쉐인 유먼을 앞세워 시리즈 스윕을 노린다. 한화가 삼성을 상대로 시리즈를 모두 이긴 건 2008년 6월10~12일 대구 3연전이 마지막이다. 당시 정민철-류현진-송진우가 차례로 선발승을 거두며 삼성을 꺾었다. 그로부터 7년만의 삼성전 스윕 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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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