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전 객관적인 전력에서 3강으로 뽑히던 SK가 좀처럼 힘을 받지 못하고 있다. 다시 5할 승률을 걱정해야 할 처지로 전락했다. 말 그대로 ‘총체적 속수무책’이다. 선발은 버티지 못하고, 타선은 따라잡을 힘이 없으며, 벤치는 뚜렷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반등의 해답도 이 세 가지에서 찾아야 한다. 분명한 것은 아직은 시간이 있다는 점이다.
SK는 10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NC와의 경기에서 중반 고비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지며 2-7로 졌다. 9일과 10일 연이틀 패한 SK는 다시 승률이 5할(28승28패1무)로 떨어졌다. 만약 이날 롯데와 KIA가 역전패 당하지 않았다면 8위까지 미끄러질 뻔했다. 아직 57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점이지만 5할과 중위권은 심리적 마지노선이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타 팀의 도움으로 겨우 그 마지노선을 지킨 초라한 신세인 셈이다.
시즌이 많이 남아있고 선두 NC와의 승차도 5.5경기로 그렇게 크게 벌어진 것은 아니다. 4위 넥센과의 승차도 3.5경기다. 피 말리는 순위 다툼에서 순위 변화가 큰 모습이지만 아직까지 낙담할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행보를 보면 가장 중요한 요소에서 잦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는 SK다. 초반부터 점수를 내주고 타선이 승부처에서 힘을 내지 못하며 벤치의 전략이 개입할 여지가 사라지는 경기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 여기에 벤치도 분위기를 바꾸기 위한 이렇다 할 묘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속수무책 1, 선취점 허용률 72%
1위를 달리던 SK가 미끄러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5월 21일 한화전 패배 이후다. 이 기간 중 SK는 18경기에서 4승13패1무(.235)라는 믿기 어려운 성적을 냈다. 이는 최하위이자 이 기간 승률 9위인 kt(.389)보다 못한 압도적인 리그 최하위 성적이다. 팀 타율은 2할4푼5리로 최하위였다. 팀 평균자책점은 4.76으로 리그 3위였다. 일견 보면 마운드는 선전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뜯어보면 문제가 있다. 선발들이 초반에 고전했다.
SK는 이 기간의 18번의 경기에서 13번이나 선취점을 내줬다. 야구에서 선취점은 매우 중요하다. 경기 초반 앞서 나가면 상대에 비해 좀 더 수월한 위치에서 남은 경기를 계산할 수 있다. 반대로 끌려가면 선수들의 심리가 쫓기게 되고 필승조 요원들을 투입시키기가 어려워 경기 중후반이 더 힘겨워진다. 아무리 강팀이라도 선취점을 내주면 승률은 3할대로 떨어지는 이유다. 그런데 SK는 유독 선제 실점이 잦았으며 결국 이런 경기에서 2승11패1무에 그쳤다.
선발투수들이 조기에 무너지면 벤치는 머리가 복잡해진다. 긴 시즌의 호흡을 생각했을 때 불펜투수들을 마냥 동원해 끌어다 쓸 수 없기 때문이다. 타선이 따라붙지 못한다면 걷잡을 수 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 기간 중 SK는 선발투수들의 평균자책점이 5.74에 그쳤다. 리그 8위였다. 불펜이 3.36의 평균자책점으로 리그 1위를 기록하며 건재를 과시했지만 선발투수들이 제 몫을 못한 상황에서 말 그대로 지키기가 아닌 버티기밖에 안 됐다. 선발이 3회까지 4~5실점을 하며 끌려가는 상황에서 벤치가 꺼낼 수 있는 승부수는 모든 것을 쏟아 부을 수 있는 단기전이 아니라면 제한적이다.
▲ 속수무책 2, 득점권 타율 2할2푼6리
타선은 집단 난조다. 선수들의 이름값을 생각하면 이렇게 못 치기도 어렵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 기간 중 SK의 팀 타율은 2할4푼5리였고 18경기에서 기록한 홈런은 10개였다. 가뜩이나 안 맞는 상황에서 일거에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장타도 없었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집중타라도 있어야 하는데 그마저도 없었다. 김무관 타격코치를 2군으로 내려 보내는 강수까지 썼지만 팀 방망이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최정(.100)이 부상과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가운데 이명기(.338)를 제외한 주축 타자들은 모두 부진했다. 박정권이 2할9푼을 기록했으나 엇박자가 나는 느낌이 있었고 김강민(.275) 조동화(.273) 나주환(.269) 박계현(.264) 브라운(.254) 이재원(.228) 정상호(.196) 김성현(.189) 박재상(.103) 등 핵심 타자들은 이름을 내밀지 못했다. 그 결과 SK는 5회까지 뒤진 경기에서 11전 전패했다. 한 관계자는 "일시적인 부진인지, 아니면 이게 진짜 실력인지 요즘은 헷갈릴 정도"라고 촌평했다.
경기 분위기가 살려면 역시 타선이 터져줘야 한다. 점수를 내는 과정에서 상대를 압박하고 스스로의 기분까지 살려야 좋은 분위기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SK는 스스로 그런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하며 꼬여가고 있다. 이제는 득점권 상황만 오면 타자들의 스윙에 긴장감이 느껴질 정도다. 조급함은 타격에 있어 가장 큰 적이다. 타석에 서는 선수를 결정하는 것은 벤치의 몫이고 책임이지만 타석에 선 타자들을 원격 조종할 수는 없다. 어쨌든 경기에 뛰는 선수들이 이겨내야 할 부분이다.
▲ 속수무책 3, 대안과 변화가 없다
이렇게 팀 성적이 처져 있을 때는 어떤 식으로든 벤치의 움직임이 있는 것이 일반적이다. 팀 분위기를 바꿔보기 위한 수단이다. 그러나 SK는 그런 변화마저 제한적이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그런 변화를 줄 만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게 첫 번째다. 두 번째는 벤치의 움직임이 지나치게 신중한 느낌을 준다. 첫 번째가 두 번째 이유를 만든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그런 팀 분위기가 첫 번째 이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3~4경기 부진이라면 모를까, 자그마치 18경기다.
선발투수들이 조기에 무너졌을 때 투입해 재미를 봤던 롱릴리프 편대는 사실상 해체됐다. 박종훈은 선발진에 합류했고 채병룡은 부상으로 이제야 재활군에서 피칭을 재개하는 단계다. 고효준은 최근 불안감이 있다. 기대주였던 백인식은 투구폼 교정을 위해 루키군까지 내려갔다. 채병룡 백인식은 6월 중 활용이 어렵다. 박정배가 좋은 페이스로 팀의 기대감을 모으고 있지만 지금 SK는 불펜이 문제가 아니다.
타선은 2군 현황이 여의치 않다. SK가 지금 가장 필요한 대타감, 거포감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 “죄다 컨택 위주, 스피드가 장점인 선수들”이라는 한숨도 나온다. 퓨처스리그 3할 이상의 타자들은 즐비한데 최다 홈런은 박윤으로 고작 5개다. 올라온 선수들은 거의 대부분 1군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남기지 못하고 다시 2군에 내려갔다. 그러다보니 1군에 신선한 변화를 주기가 어렵다는 고민이 있다. 1·2군 선수 교체, 타순 변화 등 벤치의 적극적인 움직임이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 팀의 장기적 미래를 그리지 못한 프런트도 이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크게 문제가 세 가지라면, 해답도 이 문제에서 풀어야 한다. 선수들의 각성은 가장 첫 번째 실마리다. 야구는 선수가 한다. 그리고 그에 앞서 그 각성의 판을 만들어줘야 할 벤치의 움직임도 반드시 필요하다. 물론 아직 시즌 중반이고 현재 팀 구성이 SK의 베스트 시나리오에 근접함은 맞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 식으로든 분위기 전환을 위한 변화나 과감한 수가 필요하다. 그 수를 짜내는 것이 벤치의 몫이고 벤치가 존재하는 이유다.
분위기를 바꿔놓고 팀 전체가 심리적인 안정을 찾았을 때 다시 베스트 시나리오로 회귀하면 된다. 기본적인 전력은 가지고 있는 SK다. 한 번의 계기면 팀이 제 방향으로 갈 수 있다. 연승 한 번이면 순위가 쭉쭉 올라가는 게 현재 KBO 리그다. 이를 위해 SK 벤치는 어떤 수를 들고 나올지, 그리고 SK 선수들은 이름값을 할 수 있을지. SK가 첫 고비를 맞이했다. 이 고비를 이겨내지 못하고 우승이나 5강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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