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조 편입?’ 서진용, SK 불펜 미래 증명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11 12: 56

SK 불펜의 희망이라는 당초 기대는 헛된 것이 아니었다. 부진한 상황 속에서도 팬들의 한가닥 위안이 되고 있다. SK 불펜의 신성 서진용(23)의 이야기다. 시원시원한 승부로 슈퍼스타 성장을 위한 발판을 차근차근 밟아가고 있다. 위치도 계속 격상되고 있다.
5월 1군에 합류한 서진용은 점차 자신의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처음에는 추격조였다. 점수차가 많이 벌어진 상황에서 필승조들의 어깨를 아껴주는 것이 자신의 임무였다. 그런데 요즘에는 다르다. 투입 시점이 달라졌다. 점수차가 크지 않아 아직은 따라붙을 희망이 있을 때 나서는 경우, 그리고 박빙의 상황에서도 경기에 나서고 있다. SK 벤치가 서진용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키워가고 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6월 6일 잠실 LG전이 그랬다. SK는 선발 밴와트가 6회 위기를 버티지 못하고 강판됐고 전유수가 그 뒤를 이어받았다. 그리고 5-5로 맞선 7회 2사 만루, SK의 선택은 다른 베테랑 투수들이 아닌 서진용이었다. 그리고 서진용은 유강남을 1루수 뜬공으로 잡아내고 절대 위기에서 탈출했다. 한 방이면 분위기가 완전히 넘어가는 상황. 그리고 많은 관중. 서진용은 당시를 떠올리며 “진짜 긴장을 많이 했었는데 위기를 잘 넘겨서 기뻤다”고 웃었다.

하지만 그렇게 위기를 넘기는 과정에서 강해지고 여유도 찾고 있는 서진용이다. “이대로라면 필승조 합류도 무리는 아니겠다”라는 말에 서진용은 손사래를 치면서도 “보직보다는 최근 많이 던지게 되다보니 기분은 좋다. 벤치에서 믿고 맡겨주신다는 것에 감사할 뿐”이라고 이야기했다. 첫 1군 무대에 적잖은 경기에 나서고 있고 1이닝 이상을 던지는 경기도 많지만 아직까지 힘든 건 없다는 것이 서진용의 설명. 서진용은 “공에 힘이 떨어지는 부분은 없는데 1이닝 이상을 소화하면 제구가 높게 들어가 안타를 맞는 일이 많다”라며 보완점을 짚었다.
올 시즌 기록은 그렇게 눈에 띄지 않을 수도 있다. 13경기에서 승패, 홀드 없이 평균자책점 5.51이다. 평균자책점이 좋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신예다운 패기로 상대 타선과 겁 없이 맞붙고 있다. 보통 신예 투수들의 단점은 제구와 볼넷 남발인데 서진용은 그런 것이 없다. 16⅓이닝 동안 볼넷은 딱 3개를 내줬다. 반면 탈삼진은 20개에 이른다. 150㎞에 육박하는 빠른 공과 포크볼의 조합은 1군에서도 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서진용은 신중하다.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한다. 요즘에는 자신을 대하는 타자들의 다른 자세를 느낀다고 말한다. 서진용은 “이제는 타자들이 내 빠른 공을 보고 들어오고 있다. 노리는 것이 느껴진다”라면서 “카운트를 잡기 위해 슬라이더의 비중을 높이려고 생각하고 있다. 구속에 대한 미련은 버렸다. 140㎞ 중·후반만 되어도 된다. 제구에 중점을 두고 있다”라며 나름대로의 대비책을 밝혔다. 타자들이 떨어지는 포크볼을 포기하고 빠른 공을 노리고 있는데 여기서 슬라이더가 효율적으로 먹힌다면 좋은 승부가 가능해질 수 있다.
또래의 선수들이 ‘선발투수’를 꿈꾸는 것과는 달리 서진용은 항상 ‘마무리투수’가 목표라고 말한다. 불같은 강속구로 경기를 마무리 짓는 것이 꿈이다. 김원형 투수코치의 말대로 “앞으로도 엄청나게 맞을” 서진용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당당함을 잃지 않고 한 걸음씩 전진한다면 SK 불펜 미래의 핵심으로 자리할 수 있다.
벤치도 장기적인 시선에서 육성 프로젝트를 가동 중이다. SK는 10일 인천 NC전에서도 2-4로 뒤진 7회 2사 1루에서 나성범 타석 때 정우람을 투입시키지 않고 서진용을 밀어붙였다. 그리고 서진용은 나성범을 빠른 공으로 두 차례 헛스윙 유도한 끝에 삼진으로 잡아내고 임무를 마쳤다. 6경기 연속 무실점. 이 경험도 성장의 자양분이 될 것이다. 서진용이 착실히 자기 갈 길을 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부족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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