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주전 유격수 김성현(28)이 2군으로 내려간다. 결국 최근 속출하고 있는 수비의 문제가 불거지며 한 차례 조정 기간을 갖는다. 팀으로서는 김성현이 2군에서 차분히 몸과 마음을 가다듬길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SK는 11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릴 예정인 NC와의 경기를 앞두고 김성현을 1군 엔트리에서 말소했다. 대신 베테랑 내야 멀티 플레이어 김연훈(31)이 1군에 올라온다. 한편 이날 내야수 홍명찬(28)도 2군으로 내려갔으며 박철우(24)가 다시 1군에 합류했다.
김성현의 이름이 가장 눈에 들어온다. SK로서는 아쉬운 수순이다. 지난해 박진만의 부상을 틈타 SK의 주전 유격수로 발돋움한 김성현은 올 시즌을 앞두고 주전으로 분류되던 선수였다. 실제 올 시즌 52경기에 나가 박진만 나주환 등 베테랑 선수들보다 더 많은 플레잉타임을 얻었다. 타격은 2할6푼8리, 2홈런, 12타점으로 그럭저럭 자기 몫은 한 편이었다. 그러나 실책 속출이 발목을 잡았다. 내야 수비의 핵인 유격수임을 고려하면 이는 큰 문제였다.

시즌 초까지만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으나 중반 이후 실책이 나왔고 이 부담감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져 내렸다. 평범한 타구를 잡지 못하는 모습으로 벤치의 안타까움을 샀다. 박진만이 인정할 정도의 수비력을 가지고 있는 김성현이지만 어느새 "어려운 것은 잘 처리하고 쉬운 것을 놓치는" 이미지로 전락하고 있었다. 최근 자책도 심했는데 이를 이겨낼 만한 동력을 스스로 만들어내지 못했다. 16개의 실책은 올 시즌 리그 1위다.
김용희 SK 감독은 김성현의 수비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나 자신감이 떨어진 탓으로 해석했다. 오키나와 전지훈련 당시 부상으로 훈련량이 다소 부족하다는 시선도 있었지만 김 감독은 "그것보다는 심리적인 문제"라며 감싸안았다. 최근 들어 조금씩 안정을 찾는 듯 하며 기대를 모으기도 했다.
하지만 10일 인천 NC전에서 두 차례의 실책을 저질렀고 더 이상 벤치는 기다리지 못했다. 1회 켈리의 2루 송구를 잡지 못하며 선취점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아웃-세이프와 관계 없이 일단 잡아는줘야 했던 송구였다. 공이 뒤로 빠져 아웃카운트를 늘리기는커녕 주자만 한 베이스씩 더 진루했다. 9회에는 중계 플레이 도중 다시 송구 실책이 나왔다. 홈으로 뛰는 3루 주자를 잡기 위해 힘차게 공을 던졌으나 포수 키를 훨씬 넘기는 악송구가 나왔다. 2타점 희생플라이가 되는 순간이었다.
자신감보다는 집중력이 떨어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었다. 최근 수비 범위가 급격하게 좁아진 것도 자신감 및 집중력이 모두 떨어진 탓으로 보였다. 결국 코칭스태프도 칼을 뽑아 들었다. 김성현을 주전 유격수로 키우려던 김용희 감독의 구상에도 제동이 걸렸다. 1군 복귀에 대한 기약은 없다. 제 기량을 찾을 때까지 당분간 2군에 머물 예정이다. 차라리 홀가분한 상황에서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시작하는 것이 후반기를 봤을 때는 더 나은 일일 수 있다.
1군은 박진만의 중용이 예상된다. 시나리오는 두 개다. 박진만이 유격수로 들어가 김성현을 대체하는 방법이 있다. 그러나 유격수는 체력 소모가 심하다. 여기에 박진만은 이미 40줄에 접어든 내야수다. 수비 범위가 예전만 할 수는 없다. 이에 나주환을 유격수로, 박진만을 3루수로, 박계현을 다시 2루수로 보내는 방법도 있다. 김용희 감독은 두 가지 안을 모두 고려하고 있다. 유격수, 3루수, 2루수를 모두 볼 수 있는 김연훈은 백업으로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비슷한 활용성이 있는 박철우는 수비력에서 인정을 받고 있는 내야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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