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4경기 정규시즌을 치르면서 지는 경기를 잘 지는 게 중요하다. 점수 차와 무관하게 매 경기 총력전을 펼친다면 선수들의 체력은 금방 떨어지고 만다. 그래서 크게 지고 있을 때 투수를 쓰는 게 때로는 더 어려울 때도 있다.
롯데 자이언츠는 11일 사직구장에서 벌어진 kt 위즈전에서 5-15로 대패를 당했다. 선발 브룩스 레일리가 3회 1사 후 마운드를 떠났다. 2⅓이닝 8피안타 8실점, 56개의 공만 던지고 마운드를 내려간 레일리다.
0-8에서 마운드에 오른 선수는 이정민이다. 올해 이정민은 롱릴리프로 활약 중이다. 만 36세, 투수조 최고참으로 궂은 일을 도맡아하고 있다. 올 시즌 27경기에 등판해 불펜 경기서 2위, 36이닝으로 불펜 이닝 팀 내 1위를 기록 중이다.

전날 경기에서 1이닝동안 공 22개를 던졌던 이정민은 점수 차가 크게 벌어지자 다시 등판했다. 3⅔이닝을 던진 이정민은 7피안타 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7실점을 기록했다. 그런데 투구수가 89개였다. 웬만한 선발투수가 던질만한 투구수를 기록했다. 이틀동안 이정민이 던진 공은 111개다.
이날 경기 전까지 이정민의 최다투구수는 73개로 5월 20일 사직 KIA 타이거즈전이었다. 투구수 80개가 넘어가는 상황에서는 투수를 바꿔줬어야 할 상황이었다. 그렇지만 롯데 벤치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6회 이정민이 홈런을 맞고 안타를 맞아도 마찬가지였다. 급기야 이정민은 박기혁의 타구에 다리를 맞았지만 투수교체는 없었고, 이대형을 잡고 6회를 마치고서야 마운드를 내려올 수 있었다.
대패하는 경기에 투수를 최대한 아끼고 싶은 게 감독의 마음이다. 그래도 팀 투수조 최고참 중간투수에게 90개에 가까운 공을 던지게 한 장면은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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