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득점 1위는 건재했다. 염기훈(32, 수원)이 설움을 날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국가대표팀은 11일 오후 말레이상 쿠알라룸푸르 샤 알람 스타디움에서 아랍에미리트(UAE)를 상대로 가진 평가전에서 염기훈의 결승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오는 16일 태국에서 미얀마를 상대로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 예선전을 치른다.
올 시즌 K리그서 7골, 6도움으로 득점 및 도움 1위를 질주하고 있는 염기훈의 진가가 발휘됐다. 전반 45분 프리킥 상황에서 염기훈이 때린 공은 절묘하게 수비벽을 피해 땅에 한 차례 바운드 된 후 왼쪽 문전으로 빨려들었다. 골키퍼가 전혀 반응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기가 막힌 골이었다.

국가대표 소집일 염기훈은 “K리그 선수가 얼마나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는지에 대해 고민할 것이다. K리그의 자존심을 세우고 그 점을 잊지 않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염기훈은 그 약속을 잘 지킨 셈이다.
1년 4개월여 만에 다시 태극마크를 단 염기훈에게 이번 골은 의미가 크다. 지난해 1월 홍명보 전 대표팀 감독은 염기훈 등 K리거가 주력이 된 선수들을 이끌고 미국전지훈련을 떠났다. 브라질 월드컵을 4개월 앞두고 유럽파들이 제외된 가운데 국내파들 중 옥석을 가리기 위한 목적이었다. 염기훈은 “마지막 월드컵이란 생각이 많이 든다. 아쉬운 부분을 더 보완하고 운동을 열심히 해야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결과는 따라주지 않았다. 2014년 1월 30일 멕시코전에서 선발로 나선 염기훈은 큰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한국은 멕시코에게 0-4로 완패를 당했다. 결국 염기훈은 홍명보호에 승선하지 못했다. 김신욱과 김승규를 제외한 대부분의 K리거들이 외면을 받았다. 아이러니하게 월드컵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한 이근호, 김신욱, 김승규 등은 K리거들이었다.
올 시즌 염기훈은 K리그서 절치부심했다. 매 경기 공격포인트 행진을 거듭하던 그는 지난 3일 대전을 상대로 역대 8번째 50-50 클럽에 가입했다. 날카로워진 염기훈의 왼발은 결국 태극마크를 달고도 통했다. 슈틸리케 감독도 염기훈이 가진 경험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염기훈의 A매치 골은 지난 2008년 2월 23일 동아시아대회 일본전 이후 무려 7년 만이다. 당시 염기훈의 골로 한국은 1-1로 비겼다. 이제 월드컵 악몽을 씻은 염기훈은 슈틸리케호의 핵심 베테랑으로 자리를 굳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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