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겨쓴 원투펀치 대가 치른 롯데, 교훈 얻었다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5.06.12 06: 01

1주일에 야구는 6경기를 하고, 대부분의 구단은 5선발 로테이션을 돌린다. 그렇기 때문에 화요일 선발투수는 일요일에도 마운드에 서게 된다. 필연적으로 4일 휴식 후 선발등판이 있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기계적으로 5선발 로테이션이 돌아가는 구단이 현실적으로는 없다. 변수가 다소 있지만, 5명의 선발투수를 로테이션으로 돌린다면 한 명의 투수가 4일 휴식 후 등판을 하는 건 대략 1개월에 한 번쯤이다. 그렇지만 선발진이 약한 구단은 때로는 1~2명의 투수가 4일 휴식 후 등판 스케줄을 집중적으로 감내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롯데가 이런 케이스다. 리그에서 가장 탄탄한 1,2,3선발을 갖춘 롯데지만 4,5선발은 다소 불안하다. 그래서 조쉬 린드블럼과 브룩스 레일리는 자주 4일 휴식 후 등판을 해야 했다. 가끔 한 번씩 선발 로테이션을 당긴다면 괜찮지만, 습관처럼 자주 당긴다면 피로가 쌓이는 건 당연하다.

올 시즌 린드블럼은 3번, 레일리는 5번씩 4일 휴식 뒤 마운드에 올랐다.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가운데 레일리는 5번이나 4일 휴식 후 마운드에 올라 헨리 소사(LG)와 타이를 이뤘다. 또한 롯데는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의 4일휴식 후 등판이 모두 합쳐 8번이나 돼 가장 많았다.
팀마다 선발진 상황이 다르기때문에 이 점은 참작해야 한다. 그렇지만 롯데는 다른 팀들보다 더 많이 선발투수 휴식일을 하루 덜 주고 있다. 고작 하루 차이가 얼마나 크겠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반 직장인에게 있어서 주 5일제냐 주 6일제냐와 마찬가지인 문제다.
휴식일이 짧으면 피로로부터 회복할 시간이 부족하고, 이것이 누적되면 더욱 회복이 힘들어진다. 아직 반환점을 돌지 않았다는 걸 감안하면 로테이션 조정이 불러 올 후폭풍이 만만찮다는 걸 짐작할 수 있다. 이번 주 린드블럼과 레일리의 투구내용이 이를 말해준다.
린드블럼은 9일, 레일리는 11일 마운드에 올랐는데, 각각 5⅔이닝 7실점과 2⅓이닝 8실점을 기록했다. 한국무대 최악의 투구를 했고, 롯데는 kt에 3연패를 당했다. 롯데는 외국인투수 2명의 선발 로테이션을 조정하면서까지 총력전을 펼쳤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 특히 많은 이닝을 소화하고 있던 린드블럼과 레일리였기에 로테이션 조정에 더욱 영향을 받았을 수 있다.
문제는 14일 일요일 문학 SK전이다. 당초 롯데는 린드블럼을 이날 투입하려 했지만 10일 경기를 앞두고 이종운 감독은 "린드블럼도 힘들어하는 것같다. 박세웅을 투입할 수도 있고, 로테이션을 조정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바로 전날 린드블럼이 고전한 것을 지켜본 결과다. 그런데 11일 경기를 앞두고는 "린드블럼을 일요일에 쓸 예정"이라고 정정했다.
상황이 조금 달라지기는 했다. 만약 린드블럼이 14일 출전하지 않으면 박세웅이나 2군에서 다른 선수가 올라와야 하는데 승리를 장담하기 힘들다. 롯데는 kt에 연전연패를 당했고, 어떻게든 패배를 만회해야 할 상황이 됐다.
그렇지만 린드블럼은 4일휴식을 하고 등판했던 9일 경기에서 부진했었다. 14일 다시 마운드에 오른다면 똑같이 4일휴식 후 등판이다. 물론 호투를 펼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지만, 피로가 자꾸 누적되는 건 좋은 신호가 아니다. 믿음직스러운 원투펀치 린드블럼과 레일리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롯데, 그리고 이종운 감독의 선택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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