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성에게서 박지성과 이청용의 향기가 난다
OSEN 이균재 기자
발행 2015.06.12 05: 30

이재성(23, 전북)에게서 박지성(34, 은퇴)과 이청용(27, 크리스탈 팰리스)의 향기가 난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11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샤 알람 스타디움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서 염기훈과 이용재, 이정협의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오는 16일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UAE전은 골가뭄에 단비를 내린 한 판이었다. 그간 빈공에 적잖이 시달렸다. A대표팀이 3골 이상 넣은 것은 지난해 9월 5일 베네수엘라(3-1 승)전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이 기간 동안 열린 14번의 A매치서 무득점이나 1골을 넣는 데 그쳤는데 이날 만큼은 속 시원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실로 오랜만에 맛 본 쾌승이었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들이 많았다. 프리킥 선제 결승골로 K리그 활약을 A대표팀으로 그대로 가져온 염기훈(수원)을 비롯해 A매치 데뷔전서 골맛을 보며 의혹의 눈초리를 없앤 이용재(나가사키), A매치 첫 무대서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빈 자리를 메운 정우영(빗셀 고베) 등이 주인공이다.
대승의 숨은 공신이 있다. 슈틸리케호의 '진주' 이재성이다. 그는 이날 2선 공격수로 선발 출격해 후반 37분까지 종횡무진 활약했다. 전반에 손흥민(레버쿠젠), 염기훈과 무한 스위칭을 통해 기회를 엿 본 이재성은 후반 들어 파트너가 이청용, 남태희(레퀴야)로 바뀌었음에도 변함 없는 활약을 선보였다.
이재성의 모습은 마치 전성기 시절의 박지성과 이청용을 합쳐 놓은 듯했다. 왕성한 활동량에 재기 넘치는 드리블로 반칙을 얻어내는 모습은 박지성을, 손바닥 위에 경기장을 올려놓은 듯한 시야에 자로 잰 듯한 패스, 탁월한 센스는 이청용을 닮았다. 그야말로 나무랄 데 없는 완성형 선수다.
이재성의 진가는 여러 차례 빛났다. 전반 23분 수비 뒷공간을 허무는 침투 패스로 기회를 만든 그는 4분 뒤 상대 골키퍼가 공을 잡았다 놓치자 지체없이 가로 채 왼발 슈팅을 날렸다. 수비수의 태클에 막히긴 했지만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한 장면이었다. 그는 또 재기 넘치는 드리블 돌파로 옐로 카드와 함께 프리킥을 얻어내는 등 만점에 가까운 활약을 펼쳤다.
이재성은 준비된 스타다. 지난해 전북의 핵심 요원으로 활약하며 K리그 클래식 우승을 이끌었다. 2014 인천 아시안게임서도 주축 미드필더로 뛰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리고 올해에도 전북의 K리그 선두 질주와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FA컵 16강행을 이끌며 변함 없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전설이다. 십 년 넘게 태극마크를 달고 에이스로 활약했다. 이청용은 그와 견줄 수 있는 현 대표팀의 간판 스타다. 이재성은 이들의 뒤를 이을 재목으로 꼽힌다. A매치 데뷔전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국가를 대표하는 두 번째 경기서 결승골을 넣고, 세 번째 경기서 빛나는 이는 많지 않다. 이재성이 대선배들이 걸어온 위대한 발자취를 뒤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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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성-이청용(위) / 박지성(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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