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틸리케 감독의 손을 거치면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뀐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지난 11일 오후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샤 알람 스타디움서 열린 아랍에미리트(UAE)와 평가전서 염기훈과 이용재, 이정협의 연속골에 힘입어 3-0으로 승리했다. 대표팀은 오는 16일 태국 방콕에서 미얀마와 2018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를 치른다.
UAE전은 골가뭄에 단비를 내린 한 판이었다. 그간 빈공에 적잖이 시달렸다. A대표팀이 3골 이상 넣은 것은 지난해 9월 5일 베네수엘라(3-1 승)전 이후 약 9개월 만이다. 이 기간 동안 열린 14번의 A매치서 무득점이나 1골을 넣는 데 그쳤는데 이날 만큼은 속 시원한 득점력을 선보였다.

실로 오랜만에 맛 본 쾌승이었기에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들이 많았다. 프리킥 선제 결승골로 K리그 활약을 A대표팀으로 그대로 가져온 염기훈(수원)을 비롯해 A매치 데뷔전서 골맛을 보며 의혹의 눈초리를 없앤 이용재(나가사키), A매치 첫 무대서 기성용(스완지 시티)의 빈 자리를 메운 정우영(빗셀 고베) 등이 주인공이다.
이 중 가장 많은 이목을 끈 이는 역시 이용재다.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격해 전반 골과 다름 없는 슈팅을 때리는 등 남다른 활약을 선보인 그는 후반 15분 개인 능력으로 추가골을 뽑아내며 진가를 발휘했다. A매치 데뷔전이라고 하기엔 믿기지 않을 정도의 내용과 결과였다.
당초 이용재가 슈틸리케호에 승선할 때만 하더라도 반신반의하는 시선들이 많았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서 금메달에 일조한 그였지만 결정력 부족의 의문부호를 떼지 못했기 때문이다. 게다 J2(2부리그)서 뛰고 있다는 점도 불안감을 더했다.
하지만 이용재는 UAE와 한 경기를 통해 의혹과 의심의 물음표를 기대와 찬사의 느낌표로 바꿔놓았다. 움직임과 결정력 모두 합격점을 넘어 A+에 가까울 정도의 만점 활약이었다. 오롯이 자신의 기량으로 슈틸리케 감독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이날 이용재와 바통을 터치한 이정협(상주)도 후반 45분 쐐기골을 터뜨렸는데 그는 2015 호주 아시안컵을 통해 슈틸리케호의 신데렐라로 떠오른 주인공이다. 아시안컵 승선 당시 무명이었던 그는 의혹의 시선을 걷어내고 보란 듯이 2골 1도움을 기록, 준우승에 혁혁한 공을 세운 바 있다.
슈틸리케 매직이다. 마법이 아니고서야 이정협과 이용재를 설명할 길이 없다. 명장의 덕목 중 하나가 숨은 진주를 발굴하는 능력인데 슈틸리케 감독은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높이고 있다.
dolyng@osen.co.kr
이용재(위) / 슈틸리케 감독(아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