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러지지 않고 다시 일어서겠다".
'다문화 가정의 희망'이던 강수일(제주)이 귀국했다. 12일 인천공항을 통해 돌아온 강수일은 어두운 얼굴로 짧은 인터뷰를 실시하고 입국장을 빠져 나갔다.
강수일은 올 시즌 제주에서 큰 활약을 선보이며 대표팀에 승선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그의 활약에 고무되어 K리그 클래식서 가장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선수라고 칭찬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강수일은 꿈을 펼쳐보기전에 떨어지고 말았다. 사유는 도핑테스트 양성 반응 때문이다.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난달 한국도핑방지위원회(KADA)에 의뢰해 실시한 도핑테스트 결과, 강수일은 A샘플에 대한 양성 반응을 받았다. 스테로이드의 일종인 메틸테스토스테론이 검출됐다. 이는 상시금지약물이다.
K리그의 도핑테스트는 경기 당일 출전 선수 명단에 포함된 이들 가운데 팀당 4명씩을 무작위 추첨을 통해 선발해, 채취된 시료를 한과학기술연구원(KIST) 도핑컨트롤센터에 분석한다.
강수일은 "정말 어렵게 간 자리인데 내 실수로 인해 이런일이 발생해 정말 슬프다. 국민여러분께서 많은 기대를 해주셨는데 보답하지 못해 정말 죄송한 마음이다. 프로 선수로 인지를 하고 있어야 했지만 잘 모르는 실수를 한 내 자신에게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강수일은 많은 기대를 받고 있는 선수다. 미군 병사와 한국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강수일은 불량학생에서 프로 축구선수로 변신했으며 국가대표의 꿈을 이뤘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공을 찼다. 어머니는 공공근로를 하고 양로원에서 일하며 외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아버지는 그가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떠나버렸다. 하지만 끊임없이 노력하면서 자신에게 주어진 짊을 벗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2007년 번외지명으로 인천에 입단했다. 이후 2군리그에서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던 강수일은 1군무대에서는 그렇지 못했다.
2011~2013년까지 제주에서 85경기에 나서 8골에 그쳤던 강수일은 포항으로 임대된 후 몰라보게 기량이 좋아졌다. 올 시즌 현재 5골-2도움을 기록하며 K리그 클래식서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강수일은 대표팀의 겨울 제주 훈련에 참여했지만 최종 엔트리에 선발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기회를 잡고 대표팀에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뜻하지 않게 추락하고 말았다.
인터뷰를 하는 강수일의 얼굴은 어두웠다. 갑작스럽게 생긴 상황에 대해 아쉬움이 가득해 보였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으로 "쓰러지지 않고 다시 잘 일어나겠다"고 다짐했다.

더욱 큰 아쉬움이 생기는 것은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을 돕고 있는 그의 사정 때문이다. '아미띠에'라는 봉사단체를 만든 그는 다문화 가정의 희망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그의 모든 노력이 도핑에 가려질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욱 냉철한 판단과 사후 판단이 요구된다.
10bird@osen.co.kr
인천공항=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