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를 만들어줘야 할 선발투수들이 고개를 숙인 롯데가 속절없는 4연패에 빠졌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며 끌려가는 경기를 하는 상황에서 실책까지 나오니 팀 분위기는 더 처질 수밖에 없었다.
롯데는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경기 초반부터 끌려간 끝에 판세를 뒤집지 못하고 결국 2-8로 졌다. 주중 kt와의 3연전을 모두 내준 롯데는 이로써 4연패에 빠지며 중위권과의 격차가 한 걸음 더 벌어졌다. 가뜩이나 주중 싹쓸이 패배의 충격이 큰 롯데로서는 이 위기를 조기에 진화하지 못한 셈이다.
상대 선발 트래비스 밴와트를 공략하지 못한 타선의 문제도 있었지만 선발 싸움에서 김이 샜다. 선발로 나선 이상화는 4이닝 동안 88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 5볼넷 2탈삼진 4실점으로 자기 몫을 하지 못했다. 매 이닝 볼넷을 허용하는 등 제구의 문제가 도드라졌다. 결국 1-1로 맞선 4회 3실점을 하며 더 이상 버티지 못했다. 경기 흐름이 SK로 넘어가는 타이밍이었다.

이번주 동안 선발투수들의 문제가 계속되고 있는 롯데다. 모두 6이닝을 소화하지 못했다. 9일 kt전에서는 에이스인 조시 린드블럼이 5⅔이닝 10피안타 7실점으로 무너졌다. 10일에는 김승회가 4⅔이닝 1실점으로 잘 던졌지만 손톱 부상으로 교체되는 바람에 결과와는 관계 없이 예상보다 불펜소모가 많아졌다. 11일에는 연패를 끊기 위해 조기 동원한 레일리가 2⅓이닝 8실점(7자책점)으로 무너졌다. 이정민이 3⅔이닝 89구를 던져야 했다.
이날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다. 이상화는 초반부터 볼이 많았고 볼넷으로 이어지며 투구수가 불어났다. 실점도 실점이었지만 4회까지 던지지 못한 것은 뼈아팠다. 불펜 소모가 심해 마땅히 던질 투수가 없었던 롯데는 박세웅이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박세웅은 2⅔이닝 56구를 던져 이번주 활용은 쉽지 않아졌다. 만약 이날 나서지 않았다면 13일이나 14일 중요한 순간에 투입할 수 있었지만 그런 이상적인 시나리오는 어려워졌다.
여기에 수비도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4회 실점 상황에서 이명기의 1루 방면 타구는 1루수 박종윤이 처리를 해줄 수도 있었던 공이었다. 적시타가 된 이재원의 내야안타도 3루수 황재균이 끊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모습. 여기에 7회 실점 때는 황재균의 송구가 부정확했고 8회 실점 때는 유격수 문규현의 송구가 터무니없이 높게 떴다. 야수들도 할 말은 없었던 경기인 셈이다.
롯데는 13일 송승준이 선발로 나설 예정이며 14일은 아직 미정이다. 하지만 박세웅이 투입됨에 따라 린드블럼이 또 4일을 쉬고 나올지, 구승민 등 다른 자원들이 동원될지는 불확실하다. 선발진의 문제점이 도드라지고 있는 롯데가 어떤 묘책을 찾을 것인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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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