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 타자’ 투혼의 조동화, 해결사 됐다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12 21: 39

갑작스레 결정된 출전에 낯선 타순. 여기에 최근 허리 상태가 썩 좋지 않았던 상황. 누구나 부담을 느낄 수 있었지만 베테랑 조동화(34, SK)는 침착하게 자신의 몫을 다하며 해결사 면모까지 선보였다. ‘4번 타자’ 조동화가 위기의 SK를 구해냈다.
12일 SK와 롯데와의 경기를 앞둔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는 낯선 광경이 벌어졌다. 경기 전 선발 4번 우익수로 출전할 예정이었던 브라운이 시작 직전 라인업에서 빠진 것이다. 브라운은 이날 부인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았고 야구보다 가족이 우선이라는 판단 하에 급히 귀가했다. 그런데 문제는 이미 양팀의 선발 타순 오더가 교환된 상황이라는 점이었다.
KBO 리그 규정 15조 ‘타순표 교환 및 발표’를 보면 “경기개시 전 출장선수 명단과 공식타순표를 교환 및 제출한 후에는 경기 시작 전까지 이를 철회하거나 변경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다만 미도착 등으로 인한 불출장, 그리고 심판진이 명백한 부상으로 인정한 경우는 바꿀 수 있는데 이날 브라운은 미도착으로 인한 불출장으로 해석됐다.

이 경우 우타자는 우타자로, 좌타자는 좌타자로 바꿔야 하나 SK 외야 라인업에는 우타자나 스위치 타자가 없었다. 이런 경우 예외 규정이 적용될 수 있는데 조동화는 이런 예외 규정을 통해 브라운 대신 경기에 나섰다. 그런데 브라운이 4번이었으므로 조동화도 4번으로 들어가야 했다. KBO 공식 유권해석 결과 ‘선발 4번’으로 인정되지는 않았으나 어쨌든 선발 4번 타자로 출전한 모양새가 됐다. 빠른 발과 작전수행능력, 수비력에서 인정을 받는 조동화는 2001년 프로데뷔 이후 단 한 번도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한 적이 없었다.
얼떨결에 4번 타자가 된 조동화였는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또 유독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그러나 조동화는 침착하게 기회를 살리고 또 연결하면서 브라운의 대체자 몫을 완벽하게 해냈다. 득점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으나 1회 2사 2루에서는 볼넷으로 다음 타자 박정권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몫을 했다. 그리고 2-1로 앞선 4회에는 결정적인 적시타르 터뜨리며 브라운에 대한 아쉬움을 깨끗하게 지워냈다.
SK는 1-1로 맞선 4회 2사 2루에서 이명기가 내야안타, 박재상이 볼넷으로 만루를 만들었고 이재원의 유격수 옆 깊숙한 타구 때 1점을 내 다시 리드를 잡았다. 여기서 타석에는 조동화가 들어섰다. 초반 승부는 불리했다. 1구는 스트라이크, 2구는 헛스윙이었다. 핀치에 몰렸다. 하지만 조동화는 롯데 선발 이상화의 제구가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방망이를 갖다 대 중견수 앞으로 빠져 나가는 2타점 적시타를 터뜨렸다.
만약 조동화가 그대로 아웃됐다면 경기 초반부터 많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득점을 올리지 못했던 SK의 타격은 다시 침체로 빠질 수 있었다. 그 갈림길에서 조동화가 SK를 구해낸 것이다. 조동화의 결정적인 한 방을 앞세운 SK는 롯데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으며 8-2로 승리, 연패에서 탈출함은 물론 최근 부진에서 일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경기 후 조동화는 "가끔 대수비와 대주자로 4번에 내 이름이 찍혀 어색하지는 않았다"라면서 "(4회 타점 상황은) 오늘 (이)재원이가 앞에서 타점을 올려줘 부담 없이 타석에 들어섰다. 브라운이 있었어도 해결해줬을 것이다. 추가점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꼭 치고 싶었다. 결과가 좋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동화는 "오늘 선수들끼리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자고 다짐했다. 1루까지 전력질주하고 견제시에도 슬라이딩을 하자고 얘기흐는 등 여러 가지를 지키자고 얘기했다. 그 부분을 선수들이 잘 따라줘 승리한 것 같다"고 단단히 각오를 다진 팀 분위기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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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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