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내야수 황목치승(30)에게 12일 대전 한화전은 여러모로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경기였다. 연장 10회초 승부를 가르는 결승 2타점 적시타를 터뜨리며 LG 승리의 주인공이 됐다. 그것도 '옛 스승' 김성근 한화 감독이 지켜보는 앞에서 터뜨린 결승타라 더욱 인상적이고 특별했다.
황목치승은 잘 알려진 대로 국내 최초의 독립야구단이었던 고양 원더스 출신. 원더스를 이끌었던 김성근 감독과는 사제지간이다. 김 감독의 가르침 속에 성장한 황목치승은 2013년 10월 LG에 입단하며 프로행 꿈을 이뤘다. 지난해 2군에서 원더스와 교류경기를 하며 김성근 감독을 만났지만, 마음속으로는 1군에서 대결을 소망했다. 그의 꿈이 12일 대전 한화전에서 이뤄졌다.
옛 스승을 적으로 만난 첫 경기, 황목치승은 결정적인 한 방으로 적장 김성근 감독을 울렸다. 7-7 동점으로 맞선 연장 10회초, 무사 만루에서 정대훈과 10구 풀카운트 승부 끝에 우중간 떨어지는 2타점 적시타를 작렬시킨 것이다. 이날 경기 5번째 타석 만에 터뜨린 첫 안타가 김성근 감독의 4연승을 저지했다. 김성근 감독이 프로에서 적으로 만난 원더스 제자에게 치명타를 입은 것이다.

황목치승은 "어려운 경기에서 결승타를 치게 돼 기쁘다. 오늘 경기 내내 무안타였는데 마지막 중요할 때 안타가 나와서 마음이 편해졌다. 양상문 감독님께서 '바깥쪽만 노리고, 타석 라인 안으로 붙어라. 연습 때 하던 것처럼 쳐라'고 하셨는데 결과가 좋았다. 내야만 넘기는 생각으로 쳤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김성근 감독 앞에서 성장한 제자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의미가 남달랐다. 황목치승은 "김성근 감독님 앞에서 결승타를 쳐서 기분이 더 좋았다. 2군에서는 적으로 몇 번 만났지만 1군은 처음이라 감회가 새로웠다. 이제는 상대팀 감독님이시지만 잘하는 모습을 꼭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실 오늘(11일) 경기 전 감독님께 미처 인사를 드리지 못했다. 1군에 올라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경황이 없었다. 내일(12일) 시간이 나면 감독님을 찾아가 인사를 드리겠다"며 "감독님과 팀은 다르지만, 열심히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감독님께서도 마음속으로나마 많이 응원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속마음을 전했다.
원더스 출신으로서의 자부심은 여전하다. 최근 한화 신성현이 데뷔 첫 홈런을 만루포로 장식하며 원더스 출신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황목치승은 "팀이 없어졌기 때문에 프로에 온 사람들이라도 열심히 해야 한다. 함께 뛴 친구·선배·후배들이 '원더스에 있어서 좋았다'라는 기분이 들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waw@osen.co.kr

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