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팬들은 물론 현지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던 텍사스 내부의 갈등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당사자인 제프 배니스터 텍사스 감독과 추신수는 대화를 통해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이다. 마지막 불씨까지 모두 정리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배니스터 감독과 추신수는 최근 본의 아니게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엄밀히 이야기하면 부정적인 쪽에서의 스포트라이트였다. 경기 도중 발생한 플레이를 두고 신경전을 벌였다. 발단은 지난 11일(이하 한국시간) 오클랜드전 8회였다. 조브리스트의 안타 때 레딕이 3루로 뛰었고 공을 잡은 추신수는 컷오프맨에게 공을 던지는 대신 주자를 잡기 위해 곧바로 3루에 공을 뿌렸다.
그런데 결과적으로 공이 3루로 향하는 사이 조브리스트의 2루 진루, 갈로의 2루 악송구 등이 연이어 나오며 1루 주자 레딕은 득점(4-3), 조브리스트는 3루까지 진루하는 최악의 상황이 나오고 말았다. 결국 오클랜드는 버틀러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끝내 9회 역전에 성공하며 승리를 가져갔다. 텍사스로서는 이 실책성 플레이의 연발로 경기를 내줬다고 볼 수 있다. 1패 이상의 타격이 있었던 경기였다.

이에 배니스터 감독은 언론에 “추신수의 선택에 문제가 있었다”라고 밝혔고 이것도 모자라 추신수에게 직접 그 플레이에 대한 질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추신수도 즉각 반발했다. 자신의 플레이가 결과적으로 좋지 못했다는 것은 인정하나 굳이 그렇게까지 공개적으로 질책을 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 뛰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추신수로서는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 일이었다.
이에 추신수도 현지 언론을 통해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추신수는 경기 후 댈러스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배니스터 감독에 “글러브를 줄게요. 당신이 직접 뛰세요”라고 말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추신수는 “나 때문에 경기를 졌다고 생각하는가”라며 강한 어조를 이어갔다. 댈러스모닝뉴스는 “(Expletive) that.”이라는 표현을 썼다. 추신수의 입에서 좋지 않은 단어까지 튀어나왔을 정도로 심기가 불편했다는 것이다. 감독과 선수가 정면충돌했다고 볼 수 있다.
한국에서는 감독의 권한이 절대적이지만 메이저리그는 꼭 그렇지도 않다. 때로는 스타플레이어의 목소리와 영향력이 더 큰 경우가 있으며 배니스터 감독과 같이 초보감독인 경우는 오히려 스타 선수들로 무게추가 기우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워게임으로 갈 경우 오히려 선수의 힘이 더 강할 수도 있다. 때문에 이런 일은 미국에서도 흔한 일이 아니며 현지 언론도 큰 관심을 드러낸 것이다.
일단 양자는 한 발씩 물러선 모양새다. 지역 매체인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12일 경기를 앞두고 배니스터 감독과 추신수가 화해했다고 보도했다. 배니스터 감독은 “추신수가 필드에서 한 플레이와 그의 말을 신뢰한다. 큰 일이 아니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추신수 또한 “오늘 배니스터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고 우리 사이는 좋다. 이제는 끝난 일이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추신수는 댈러스모닝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텍사스의 팀 분위기는 가족과 같다. 매번 좋은 플레이가 나올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는 한 배를 탔다는 것"이라며 큰 문제가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추신수는 12일 정상적으로 경기를 소화했다.
추신수도 자신의 플레이가 완벽하지 않았음을 시인했고 배니스터 감독의 지적이 원론적인 측면에서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선수의 잘못했을 때 감독이 직접적으로 추궁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여기에 선수의 심기를 건드릴 정도로 노골적인 ‘표적’이 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불거졌다. 배니스터 감독이 노련하게 사태를 수습했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는 배니스터 감독의 입지를 직접적으로 쥐고 흔들 수도 있다. 배니스터 감독이 빠르게 갈등 봉합에 나선 것도 이와 연관이 있다.
이번 사태는 이렇게 해결됐지만 향후 불씨가 남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여론도 있다.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은 “12시간이 지난 뒤, 배니스터 감독은 여전히 추신수를 신뢰하고 있었다”라고 보도했지만 앙금이 쉽게 사라질 수는 없다. 이번 사태가 승리를 위해 열정이 만든 하나의 해프닝으로 남을지, 혹은 갈등의 발단이 될지는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일단 하루 만에 서로 대화를 나누고 갈등을 풀어나가는 노력을 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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