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새 외국인 선수 알프레도 피가로(31)가 가파르게 승수를 쌓아가고 있다. 어느새 10승 고지를 목전에 둔 모습이다. 올 시즌 가장 먼저 10승을 밟는 투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지난해 20승을 기록한 앤디 밴헤켄(넥센)의 페이스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피가로는 12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와의 경기에서 7이닝 동안 5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호투했다. 팀 타선이 초반부터 대폭발한 것까지 등에 업고 편안하게 시즌 9승 고지에 안착했다. 이로써 피가로는 유희관(두산, 8승)을 제치고 다승 부문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갔다.
시속 150㎞를 넘나드는 빠른 공, 그리고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연신 피해간 변화구의 조합이 돋보였다. 탈삼진 개수는 많지 않았지만 노련하고 무난하게 경기를 이끌어나가며 팀 승리의 발판을 놨다. 팀의 연패를 끊어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었다. 여기에 올 시즌 13경기에서 벌써 9번이나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를 기록하는 등 ‘계산이 되는 선발투수’로 명성을 떨쳤다.

이런 피가로는 다음주 10승 사냥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아홉수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최근 10년간 사례를 봐도 피가로의 이런 다승 사냥 속도는 빠른 편에 속한다. 2005년 이후 개인 14경기 안에 10승에 성공한 투수는 2005년 손민한(당시 롯데, 13경기), 2006년 류현진(한화, 14경기), 2010년 양현종(KIA, 13경기), 2014년 릭 밴덴헐크(삼성, 14경기)다. 밴덴헐크는 7월에야 기록을 달성했으니 사실상 세 선수밖에 없는 셈이다.
손민한 류현진은 최종 18승을 기록하며 다승왕에 올랐고 16승을 기록한 양현종은 공동 2위를 기록했다. 최근 10년간 10승 고지에 먼저 도달한 선수 중 7명은 다승왕에 올랐다는 점도 흥미로운 대목. 10승 선착은 다승왕으로 향하는 보증수표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역사적인 ‘20승’을 쓴 밴헤켄과 비교해도 페이스가 느리지는 않은 편이다. 밴헤켄은 지난해 6월 29일 10승을 달성했다. 당시 개인적으로는 17번의 등판 만에 달성한 10승이었으며 팀은 총 69경기를 소화하는 중이었다. 피가로는 현재 13경기, 삼성은 61경기를 치른 상황이다. 만약 향후 1~2경기 안에서 승리를 따낼 경우 밴헤켄보다도 못할 것이 없는 속도가 된다. 피가로의 다승 페이스가 주목받는 이유다.
skullboy@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