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군 선수들이 화려한 조명탑 불빛 아래 그라운드를 누빌 때 2군 선수들은 땡볕에서 희망찬 내일을 꿈꾸며 오늘도 구슬땀을 흘립니다. "1군에서 선발로 한 번만 뛰어보고 싶다"는 2군 선수들의 꿈과 희망은 현실이 되기도 합니다. 내일의 스타를 꿈꾸며 오늘을 살고 있는 2군 유망주들을 OSEN이 한 명씩 소개합니다.
LG 트윈스 불펜진에 또 한 명의 지원군이 대기 중이다. 양상문 감독은 지난 6일 앞으로 1군에 올라올 수 있는 투수에 대해 “(최)동환이, (김)선규가 준비 중이다. (유)원상이도 치료하고 있고, 2군에서 (이)승현이도 150km를 던지고 있다. 트레이드로 데려온 (이)준형이까지 대기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고 말했다.
이중 가장 베일에 싸인 투수는 이승현(24)이다. 유원상은 물론, 김선규와 최동환은 올 시즌 1군 무대에 올랐다. 이준형은 지난 4월 20일 kt에서 LG로 트레이드 됐는데, 시즌 초반 kt에서 1군 마운드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이승현은 2010년 입단 후 단 한 번도 1군을 경험하지 못한 상태다. 2009년 처음으로 시행됐던 전면 드래프트 2라운드에서 LG 유니폼을 입은 이승현은 현재 잠실구장 마운드를 목표로 삼아 퓨처스리그를 평정 중이다.

▲“짧지만 강렬했던 시범경기 경험...절대 포기할 수 없었다.”
코칭스태프가 이승현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후반기부터였다. 공익근무를 통해 군복무를 마친 이승현은 특유의 적극적인 투구와 강한 구위를 앞세워 2군 무대서 인상적인 모습을 남겼다. 그러면서 이승현은 미야자키 교육리그와 고치 마무리캠프 명단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1군 스프링캠프에도 참가했다. 스프링캠프 막바지 오른쪽 이두에 통증을 느끼며 시즌 출발이 늦어졌지만, 4월 28일부터 꾸준히 퓨처스리그 마운드를 밟고 있다. 매 경기 투구수를 늘려가고 있고, 지난 10일 경찰청전까지 18경기 25이닝 3승 무패 2홀드 평균자책점 3.60을 기록 중이다.
이승현은 지난 12일 최근 몸 상태에 대해 “정말 좋다. 아픈 데 없이 몸도 좋고, 내 투구도 좋아지고 있다고 느낀다. 군대가기 전에서는 구속이 140km 중후반이었는데 그 때보다 향상됐다”며 “경기는 특정 상황에 나가는 것 보다는 내 투구수를 정해놓고 등판한다. 경헌호 코치님과 김광삼 선배님, 이상열 선배님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시고 있다. 최근 과제는 변화구다. 드디어 없었던 변화구의 감이 오기 시작했다. 내 슬라이더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승현은 프로입단 후 1군 무대와 떨어져 있었던 지난 시간들에 대해 “신인이었던 2010년에 1군 시범경기를 뛴 경험이 있다. 당시 기억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1군 무대에 올랐다는 것만으로도 참 설레고 기분이 좋았었다. 짧지만 짜릿하고 강렬했다”며 “하지만 이후 오른쪽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했고, 곧바로 군복무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포기하지 않은 것은 예전 1군 시범경기에 대한 강력한 기억 때문이다. 그 기억이 나로 하여금 야구를 놓지 않게 만들었다”고 돌아봤다.
▲“조급하지 않을 것. 완벽한 상태로 1군 마운드 밟겠다.”
이승현은 1군 무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는 것을 두고 “1군에 대한 기대감은 있다. 하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아직 나는 내 것을 만들어가고 있는 단계다. 그동안 너무 적극적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경향이 강했다. 장점일 수도 있지만, 단점이 될 수도 있다. 너무 템포가 빠르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이승현은 “변화구를 연마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힘이 아닌 타이밍으로도 타자를 잡을 수 있어야한다. 예전만 해도 나는 ‘변화구가 없는 투수’라고 생각했는데 경헌호 코치님, 김광삼 선배님의 지도 덕분에 직구를 던질 때와 똑같은 마음가짐으로 변화구를 던질 수 있게 됐다. 최근 경찰청 전에선 기존에 갖고 있는 체인지업까지 더해 구종 세 개를 모두 구사했다. 1군에 오르는 것도 좋지만, 그전에 내 것을 다 채우고 완벽한 상태를 만든 뒤 1군 마운드를 밟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승현은 “일단 올해 목표는 잠실구장 마운드다. 그리고 1군에서도 지금 던지는 것과 똑같이 씩씩하게 내 투구를 할 것이다. 이전까지 함께 2군에 있었던 (김)지용이형과 (최)동환이형이 1군에서 던지는 모습을 본 것이 큰 자극이 됐다”고 웃었다.
▲“불펜투수 매력에 푹 빠져...롤모델은 크렉 킴브럴.”
LG의 최대 장점은 불펜진이다. 올 시즌도 윤지웅 정찬헌 이동현 봉중근이 필승조에서 팀 승리를 지키고 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지난해보다 못하지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은 만큼, 반등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승현 역시 1군 필승조에 포함될 날을 응시하고 있다.
이승현은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1군 불펜이 너무 좋아서 ‘내가 들어갈 틈이 있을까’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좀 부정적이었다. 그러나 위기 상황에서 마운드에 올라 실점하지 않고 내려왔을 때의 쾌감은 불펜투수가 아니면 느낄 수 없다. 이미 불펜투수의 매력에 푹 빠진 상태다. ‘이렇게 된 거 불펜투수로 승부를 봐야한다’고 다짐했다”며 “롤모델은 메이저리그 샌디이에고에서 뛰고 있는 크렉 킴브럴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불펜투수 중 한 명인데 나처럼 체구가 크지 않지만 직구가 좋고 공격적이다. 언젠가는 킴브럴처럼 든든한 마무리투수가 되고 싶다”고 최종목표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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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트윈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