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주전이다".
김기태(47) KIA 감독은 대졸 신인 외야수 김호령(23)을 보면 기분이 절로 좋아진다. 2015 신인 드래프트 맨꼴찌(102번째)로 낙점한 김호령이 어느 새 주전을 꿰찼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에 따라 벤치에도 앉지만 KIA 중견수의 주인은 김호령이 되어가고 있다. 타순도 리드오프에 포진할 정도로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김 감독은 "신인인데 어느 새 레귤러(주전)가 되었다. 이 정도면 대단한 것 아닌가. 기본적으로 탁월한 수비력을 갖췄고 발도 빠르고 타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수비력 하나만 본다면 현재 뛰고 있는 전체 외야수 가운데 정수빈(두산) 다음은 되는 것 같다"고 극찬했다.

이어 "김호령의 수비를 보면 다른 선수들과 첫 스타트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 타구가 맞는 순간 반응력이 뛰어나다. 기본적으로 3m는 먼저 출발하는 것 같다. 그래서 어려운 타구도 쉽게 처리하는데 아주 편하게 받는다. 이런 외야수가 뒤에 있으면 투수들이 든든해진다"고 덧붙였다.
김 감독이 김호령을 눈여겨 본 것은 작년 가을 미야자키 휴가 마무리 캠프였다. 김 감독은 "그때 참가한 선수들을 상대로 체력 테스트를 했는데 압도적인 1등이었다. 힘든 훈련도 완벽하게 소화하는 그 체력이 대단히 마음에 들었다. 발 빠르고 어깨도 강해 그때 김호령을 키울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12월 야구대제전에서 군산상고 대표로 출전하다 후크뼈 골절상을 입어 재활을 하느라 전지훈련과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당시 부상 소식을 들은 김 감독이 실망해 지인과 술잔을 기울이다 그대로 집으로 돌아간 일화가 있다. 그래도 재활을 무사히 마치고 4월 22일부터 가세해 6월 12일 현재 39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6푼9리, 1홈런, 8타점, 14득점, 5도루를 기록하고 있다. 신인 성적으로는 무난하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대형 외야수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타석에서 세밀한 선구안과 변화구에 대한 대처능력과 끈질긴 승부가 필요하다. 삼진(104타수 37삼진)도 줄여햐 한다. 출루율(3할9리)도 3할5푼대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도루는 100% 성공하고 있으나 빠른 발에 비해 적다고 볼 수 있다. 상대 투수 투구버릇을 파악하고 폼을 빼앗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기습번트 등 경기의 흐름을 바꾸는 재치도 필요한 덕목이다.
김 감독은 "정말 잘해주고 있다. 성실하고 노력하기 때문에 많은 경기에 뛰면 자연스럽게 나아질 것이다. 프로에서 생애 첫 홈런을 때릴 정도로 기술도 향상되고 있다. 타율 3할이면 가장 좋겠지만 2할8푼 내지 2할9푼 치면서 지금처럼 수비와 주루에서 도움을 주면 된다"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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