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우완 송창식(30)이 지난 2004년 프로 데뷔 당시 풀타임 선발투수였다. 고졸 신인으로 만 19세의 나이에 140⅓이닝을 던지며 8승을 올렸다. 그러나 이듬해 팔꿈치 수술을 받더니 버거씨병으로 잠시 야구를 떠나는 곡절을 겪었다.
2010년 복귀한 뒤로는 대부분 경기를 구원으로 나왔다. 하지만 신인 시절 선발 경험은 지금까지도 그에게 큰 재산이 되고 있다. 짧은 이닝은 물론 긴 호흡으로 이닝을 길게 끌고 갈 수 있는 능력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존 선발이 구멍 날 때마다 송창식을 대체 선발 1순위였다.
올해도 벌써 두 차례나 대체 선발로 등판, 5이닝을 던지는 실적을 냈다. 미치 탈보트의 햄스트링 통증으로 선발 투입된 지난 4월25일 대전 SK전 5이닝 2실점 역투를 펼쳤고, 송은범이 2군으로 내려가며 로테이션이 빈 13일 대전 LG전도 5이닝 1실점 역투로 승리투수가 돼 3년 만에 선발승 감격을 맛봤다.

그는 "선발과 중간이 나가는 상황은 다르지만 공을 던질 때의 마음가짐은 같다. 한 타자, 한 이닝을 생각하고 집중해서 던지기 때문에 상황은 다르더라도 마음가짐에 있어 변함없이 임할 수 있다. 여러 가지를 생각이 많으면 몸 리듬도 흐트러지게 된다"고 언제 어떤 상황도 가리지 않는 비결을 설명했다.
올 시즌 송창식은 이기고 있는 상황에 나서는 '필승조' 투수이지만, 팀 상황에 따라 지고 있는 시점에도 많이 투입됐다. 선발이 조기에 무너질 겨웅 두 번째 투수로 롱릴리프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올 시즌 구원으로 3이닝 이상 던진 게 4경기나 된다. 그때마다 그는 "선발 경험도 있어 문제없다"고 자신했다.
투수라면 상당수가 선발을 꿈꾸기 마련이다.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있고, 등판 간격이 보장되기 때문에 불펜투수보다 몸 관리도 수월하다. 지난해에도 선발 전환 여부에 대해 송창식은 "팀에서 시키는 역할이라면 어느 보직도 관계없지만 투수라면 선발에 대한 생각이 누구나 있다"고 했다.
지금도 송창식은 "선발 보직은 내가 결정하는 게 아니라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부분이다"며 조심스러워한다. 실제로 한화의 팀 사정을 볼 때 송창식이 중간에서 해주는 역할을 누가 대체하기 어렵다. 선발이 일찍 무너질 때 구원으로 3이닝 이상 효율적으로 던질 투수가 없다. 짧게 던지며 확실하게 막는 능력도 있어 불펜을 운용하는 감독 입장에서 쓰임새가 아주 많다.
하지만 송은범의 1군 복귀를 기약할 수 없는 상황에서 마땅한 선발 자원이 없다는 것도 한화가 안고 있는 문제다. 송창식만큼 5이닝을 확실하게 책임져줄 수 있는 선발도 없다. 지금 상황이라면 송은범 복귀 때까지 송창식이 선발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임시' 딱지를 떼고 붙박이 선발이 될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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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