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은 내 전부’ 브라운이 살아가는 이유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14 10: 00

12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 롯데와의 경기를 앞둔 SK 덕아웃에 갑자기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타자 앤드류 브라운(31)이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아내가 아프다”라는 갑작스러운 소식. 브라운은 곧바로 김용희 감독을 찾아가 자신의 사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김 감독은 “브라운이 굉장히 흥분해 있더라”라고 떠올렸다. 이미 선발투순 오더는 교환이 된 상황이라 바꾸려면 복잡한 절차가 필요했다. 팀 전력에도 분명 손해가 될 수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머릿속에 다른 선택지는 애당초 없었다. 김 감독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너무 흥분하지 마라. 침착하라”라고 다독이면서 곧바로 귀가를 지시했다. 브라운은 그렇게 집으로 향했고 SK는 조동화가 브라운의 자리인 4번에 들어가며 경기를 시작했다.
한국과 미국의 문화는 다르다. 그 문화가 야구 문화에도 차이를 만든다. 한국선수들은 가족의 일로 경기를 빠지는 경우가 거의 드물다. 설사 무슨 일이 있다 하더라도 코칭스태프에 알리지 않는 경우도 많다. 코칭스태프 또한 집안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내색하지 않고 경기장에 머문다. 반면 미국은 다르다. ‘가족’을 끔찍하게 생각한다. 모든 일의 우선순위에 가족이 있다. 그리고 그를 배려하는 문화가 상대적으로 잘 정착되어 있음은 부인하기 어렵다.

다행히 브라운의 아내의 상태는 그렇게 심각한 것은 아니었고 병원 진료를 받으며 안정을 취했다. SK도 브라운 대신 들어간 조동화가 2타점 적시타를 치며 공백을 최소화하고 경기에서 이겼다. 모든 것이 잘 돌아간 셈이다. 그런 사정 덕에 브라운도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었다. 브라운은 13일 경기에 앞서 경기장에 도착해 곧바로 김 감독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경기 전 훈련에도 시종일관 밝은 표정으로 임했다.
가장 중요한 가족의 일을 해결한 브라운은 13일 복귀전에서 큰 것 한 방으로 팀에 대한 미안함을 지워냈다. 0-0으로 맞선 1회 1사 1,2루에서 롯데 선발 송승준의 투심패스트볼을 제대로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훌쩍 넘기는 3점 홈런을 터뜨렸다. SK 전체 선수단에 안도감과 자신감을 불어넣는 한 방이었고 결국 이는 결승타가 됐다. 수비에서도 1회 슬라이딩 캐치를 했고 설사 땅볼을 치더라도 적극적으로 1루까지 뛰는 모습으로 최근 침체된 분위기 탈출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국내 선수들과 보조를 맞췄다.
그런 브라운은 13일 경기를 마친 뒤 “가족은 내 전부와 같다”라고 힘줘 말했다. 현재 브라운은 아내, 그리고 4살과 이제 8개월이 된 두 딸과 함께 인천에 살고 있다. 힘든 일상이지만 경기 후 집에 가면 가족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경기에 나선다. 김 감독도 브라운에 대해 기량 외에 인성적인 측면에서도 큰 만족감을 드러내고 있다. 김 감독은 “한국에서 3년 정도 뛰면 정말 최고의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한다. 그만큼 기량과 경기에 대한 열정, 인성까지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브라운의 책임감이기도 하다.
브라운은 “아내는 괜찮다. 걱정해주신 팬들과 감독님께 감사하다”라고 하면서 “낯선 곳에서 살고 있지만 적응을 해야 하는 부분이다. 큰 문제가 없다”라고 미소 지었다. 이어 “앞으로도 가족을 모든 일의 최우선에 놓고 살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이 있는 한, 그 가족을 위해 살아가는 브라운의 열정적인 몸짓은 계속될 것이 틀림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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