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 히어로즈 우완 베테랑 송신영(39)의 피칭은 사냥감을 쫓는 공격적인 사냥꾼이라기보다는 허허실실 때를 기다려 물고기를 낚는 어부에 가깝다.
그러나 때가 오면 놓치지 않고 확실히 자신의 것으로 가져오는 무서운 어부다. 송신영은 지난 13일 수원 kt전에서 7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6승째를 기록했다. 송신영은 그의 주무기인 칼날 제구로 최근 6경기 연속 두자릿수 안타를 기록 중이던 kt 타선에 단 3안타 1볼넷 만을 허용했다.
송신영은 5월 1일 LG전 이후 43일 만의 퀄리티 스타트를 기록했다. 올 시즌 선발로 전업하며 10경기 6승1패 평균자책점 3.44를 기록 중인 송신영은 경기 후 염경엽 넥센 감독에게 "베테랑으로서 팀의 위기 때마다 승리를 이끌고 있다"는 칭찬을 받았다.

경기가 끝난 뒤 송신영은 이례적으로 긴 승리 소감을 남겼는데 여기에 이날 그의 호투 비결이 담겨 있었다. 송신영은 "상대팀에 나를 잘 아는 이숭용 타격코치가 있기 때문에 내 장점에 대해 많은 분석을 하고 나왔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송신영이 1999년 현대에 입단했을 때부터 2011년 이 코치가 넥센에서 은퇴하기 전까지 한솥밥을 먹은 사이. 송신영에 대해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길을 돌아가지 않았다. 자신의 투구 패턴에 적극적으로 스윙하는 kt 타자들을 역이용하거나 피해가는 대신 제구력이라는 장점을 극대화해 밀어붙이며 강속구 하나 없이도 타자들을 잠재웠다. 송신영은 "내가 잘 던질 수 있는 제구력과 집중력으로 정면승부한 것이 좋은 결과를 낳았다"고 말했다.
이는 최근 손혁 넥센 투수코치가 선수들에게 주문한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손 코치는 "우리 투수들은 자신의 강점을 살리지 않고 상대의 강점을 피하려고 한다. 내 강점과 상대의 강점이 같더라도 다 안타가 되는 것이 아닌데 왜 상대를 피해다니다 맞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한 바 있다.
물론 송신영의 이런 정면승부는 한 두 번의 경험으로는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부분이기도 하다. 17년차로서 많은 타자들을 겪어보며 수싸움을 훤히 꿰뚫고 있는 베테랑이고 자기 공에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피칭이었다. 그리고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행동으로 보여준 선배를 보며 후배들도 많은 교훈을 얻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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