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롯데는 총체적 난국이었다. 선발투수를 비롯한 마운드는 난타당하며 경기를 만들어주지 못했고 타선은 힘이 빠진 모습이었다. 수비도 문제였다. 벤치에서는 이렇다 할 활력소를 만들지 못했다. 하지만 조쉬 린드블럼(28)의 괴력투 앞에 이런 문제는 잠시 잊어도 좋았다.
롯데는 13일까지 이번 주 가진 5경기에서 모두 졌다. 주중 kt와의 사직 3연전에서는 마운드가 kt의 타선에 녹아내리며 충격의 싹쓸이 패배를 당했다. 심기일전해 인천으로 올라왔지만 12일과 13일 SK 마운드를 공략하지 못하고 초반 분위기를 내준 끝에 모두 졌다. 5연패 수렁이었다. 14일 선발인 린드블럼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였다.
사실 린드블럼도 완벽한 상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2번 연속 4일 휴식 후 등판이었기 때문이다. 4~5선발이 마땅치 않은 롯데는 지난 9일 사직 kt전에 4일을 쉰 린드블럼을 당겨 섰다. 화요일 선발이 일요일에 등판해야 하는 사정상 이날 경기도 또 다시 4일 휴식 후 등판이었다. 4일 휴식 후 등판이 화요일 선발의 숙명이기는 하지만 두 번 연속이라는 점에서 분명 체력적으로는 쉽지 않은 한 판이었다. 여기에 팀의 연패를 끊어야 한다는 책임감까지 어깨를 짓누를 수 있었다.

그러나 린드블럼은 묵묵히 마운드에 올라 거의 완벽한 투구를 펼쳤다. 린드블럼은 14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SK와의 경기에서 역투를 거듭했다. 9이닝 동안 119개의 공을 던지며 3피안타 1볼넷 6탈삼진 무실점으로 SK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올 시즌 두 번째 완투 경기이자 개인 첫 완봉승. 최고 151㎞까지 나온 빠른 공과 슬라이더·커브 조합이 일품이었다. 여기에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로 투구수까지 줄여나가며 오래 마운드에 머물렀다. 불펜 사정이 여의치 않은 롯데로서는 승리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지름길이었다.
피곤할 법도 했지만 초반부터 공에는 힘이 있었다. 1회부터 150㎞의 공을 던지며 SK 타선을 막아냈다. 1회 1사 후 조동화에게 좌중간 안타, 2사 후 볼넷을 허용했으나 브라운을 바깥쪽 꽉 찬 150㎞ 빠른 공으로 루킹 삼진 처리한 린드블럼은 2회 박정권 김강민 나주환을 모두 내야땅볼로 처리하고 안정감 있는 초반 페이스를 이어갔다.
3회에도 박계현을 2루수 땅볼로, 박진만을 투수 앞 땅볼로, 이명기를 좌익수 뜬공으로 잡아낸 린드블럼은 4회 선두 조동화에게 번트안타를 허용했지만 이재원을 병살타로 잡아낸 것에 이어 대타 박재상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5회에는 선두 박정권을 1루수 땅볼로, 김강민을 중견수 뜬공으로, 나주환을 유격수 땅볼로 잡고 무실점을 이어갔다. 6회와 7회도 박계현에게 안타 하나를 맞았을 뿐 위력적인 투구로 더 이상의 출루를 허용하지 않았다.
팀 타선이 상대 선발 박종훈에게 고전하며 7회까지 점수를 내지 못해 경기는 0-0으로 팽팽하게 흘러갔다. 역시 선발투수에게는 부담이 가중되는 여건이었다. 그러나 린드블럼은 동료들의 지원을 기다리며 힘을 내 마운드를 지켰다. 8회에는 2사 3루의 위기에서 박진만을 중견수 뜬공으로 잡고 SK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결국 롯데가 9회 1사 만루에서 박종윤의 2루 땅볼로 점수를 짜냈고 린드블럼은 시즌 8번째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그리고 린드블럼은 이미 투구수가 100개를 넘긴 상황에서도 9회 마운드에 올라 SK 타선의 추격전을 마지막까지 정리하며 팀의 승리를 확정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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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