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야구팀] 야구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그라운드에는 오늘도 수많은 말들이 오가고 있다. 웃음 폭탄을 유발하는 농담부터 뼈있는 한마디까지 승부의 세계에서 흘러나오는 말에 귀가 솔깃한다. 주말 3연전에서 과연 어떤 말들이 흘러나왔을까.
▲ "쳐야 할 상황에는 휘두를 겁니다" - 한화 윤규진
한화 마무리투수 윤규진은 지난 12·14일 대전 LG전에 타자로 깜짝 등장했다. 경기 후반 야수를 모두 소모한 한화가 지명타자 자리를 투수로 바꾸며 윤규진이 두 번 모두 헬멧을 쓰고서 타석에 들어섰다. 결과는 두 번 모두 삼진. 특히 14일 경기에는 타격할 의사가 전혀 없는 듯 멀찍이 떨어져 있었다. 하지만 윤규진은 "오늘은 다음 이닝을 던져야 해서 치지 않은 것이다. 쳐야 할 상황이 되면 휘두를 것이다"며 "고3 때 (권)혁이 형한테 홈런을 친 적이 있다"는 말로 자신감을 드러냈다.

▲ "폼 수정 이후 오는 요요현상이죠" - LG 양상문 감독
LG 내야수 오지환은 올 시즌 타격폼을 수정하고 초반에 맹타를 쳤다. 삼진을 줄이기 위해 상하체 움직임을 고치며 스윙의 궤적에 변화를 줬다. 그러나 5~6월이 흐를수록 점점 타격 페이스가 처지고 있다. 이에 대해 양상문 감독은 "폼 수정 이후에 오는 요요현상이다"고 표현하며 "확실히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아직 시행착오의 과정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오지환은 14일 대전 한화전에서 모처럼 3안타 맹타를 터뜨리며 요요현상 극복에 나섰다.
▲ "고사를 잘못 지냈나" - 넥센 염경엽 감독
답답함 속에 터져나온 한 마디다. 지난 12일 수원 kt전에서 외야수 넥센 이택근이 수비 도중 왼 손목 요골 금 판정을 받았다. 최장 2달의 긴 재활 예정. 스나이더도 현재 발목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빠진 상황. 염경엽 감독은 13일 "(서)건창이가 돌아오니 택근이가 빠진다. 시즌 전 구상한 베스트 라인업을 못써봤다. 고사를 잘못 지냈나"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 "우리나라가 지금 심각한 가뭄이잖아요" - 넥센 서건창
지난 13일 서건창이 무려 64일 만에 1군 엔트리에 복귀했다. 4월 9일 오른 무릎 후방 십자인대 파열 부상 후 약 두 달 만의 1군 그라운드. 그러나 이날 경기 전 수원구장에는 많은 비가 쏟아졌다. "복귀날 비가 와서 어떡하냐"고 말을 건네자 "더 많이 와야 한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하루하루가 아쉬울 법한 선수가 왜일까. 서건창은 "우리나라가 지금 심각한 가뭄이다. 비가 와야 한다"는 '개념 답변'으로 주위를 웃음짓게 했다.
▲ “내 건강관리는 애들이 해주는 거야” - NC 김경문 감독
프로야구 감독의 생활은 스트레스 그 자체다. 한시도 야구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14일 잠실 두산전을 앞둔 김경문 감독은 “5시간 자면 고마운 거다. 새벽 2시쯤 잠드는데 역전패한 날이면 4시에 깬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승리하면 피곤함도 모른다. 김 감독은 “내 건강관리는 애들이 해주는 거야”라며 선수들이 잘 해줬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NC는 35승 1무 25패로 선두를 달리며 김 감독의 걱정을 조금은 덜어주고 있다.
▲ “소사인줄 알았어요” - 두산 최재훈
12일 잠실 NC전을 앞두고 한용덕 투수코치는 타자들을 위해 배팅볼을 던져줬다. 투수 출신인 한 코치의 배팅볼은 일반적인 배팅볼과 달리 매우 빨랐다. 실전을 연상케 하는 배팅볼에 취재진 사이에서는 “유희관보다 빠를 수도 있다”는 농담도 심심찮게 나왔다. 타격 연습을 마친 최재훈은 덕아웃 앞쪽을 지나치며 “소사인줄 알았어요”라는 말로 한 코치의 공에 놀라움을 표현했다. 지금도 꾸준히 운동을 하며 몸 관리를 하는 한 코치는 미소를 지으며 “10%밖에 안 보여줬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 "나누기 2하라고 했지" - SK 김용희 감독
SK 주장인 조동화는 12일 인천 롯데전서 기묘한(?) 경험을 했다. 바로 4번 타순에서 경기를 시작한 것. 애당초 라인업에서 빠져 있었던 조동화는 부인의 병환으로 경기 직전 급히 귀가한 앤드류 브라운을 대신해 12일 4번 우익수로 출전했다. 낯선 자리이기는 했지만 조동화는 2타점을 기록하는 등 이 자리에서 맹활약. 그런 조동화는 13일 경기를 앞두고 선발 오더를 보며 "왜 내가 4번 타자가 아닌가"라는 농담을 했다는 후문. 이 이야기를 김경기 수석코치로부터 전해 들은 김용희 감독은 "나누기 2하라고 했다"고 웃었다. 조동화는 13일 정확히 '나누기 2'가 된 2번 타순에서 경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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