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이 내 자리라니까".
한화 2루수 정근우(33)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그것도 3번 타순에서 타점 기계로 거듭났다. 6월에만 17타점을 폭발하며 같은 팀 4번 김태균(18타점)에 이어 월간 타점 2위에 랭크돼 있다. 턱 부상 후유증으로 시즌을 3주 늦게 시작했지만 벌써 31타점으로 팀 내 4위다.
특히 6월의 활약이 눈부시다. 6월 12경기에서 45타수 17안타 타율 3할7푼8리로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는 가운데 1홈런과 함께 17타점을 쓸어 담고 있다. 안타와 타점 수가 같을 정도로 중심타선에서 주자를 불러들이는 해결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화 김성근 감독은 기존 3번 김경언이 5월말 종아리 부상으로 전열 이탈하자 정근우를 3번 타순에 넣고 있다. 타격감이 살아난 6월에 맞춰 중심타선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과거 SK에서도 종종 3번을 쳤던 그는 그 시절의 감을 되살려 해결 본능을 뽐내고 있다.
정근우는 "SK 때도 3번 타순에서 많이 쳐봤다. (박)재홍이형이 1번을 치며 내가 3번을 칠 때가 있었다"며 "2번 타순은 작전에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만, 3번 타순은 적극적으로 칠 수 있다. 뒤에 4번 태균이가 있기 때문에 타석에 마음 편하게 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태균도 6월 12경기에서 39타수 15안타 타율 3할8푼6리 3홈런 18타점으로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6월 전체 타점 1위가 김태균이다. 바로 뒤에 김태균이 있기 때문에 상대팀도 정근우와 승부를 피할 수 없다. 정근우 특유의 적극성이 3번 타순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은 정근우의 활약에 대해 "기술적으로 히팅포인트가 앞으로 왔다. 초반에는 당기는 것밖에 없었는데 요즘은 양 사이드로 밀기도 하고 당기기도 한다. 자기 타격 포인트를 찾은 듯하다"며 3번 타순에 놓는 이유로 "1번 이용규가 나가 2번에 번트시키면 정근우가 아깝다"고 말했다. 정근우의 타격 능력을 십분 활용하기 위한 결정이다.
턱 부상 이후 훈련량 부족으로 컨디션을 찾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정근우는 어느새 예의 그 모습으로 돌아왔다. 한 때 5푼6리였던 타율은 2할5푼9리까지 올라왔다. 정근우는 "요즘 전광판 타율을 안 본다"며 기록에 연연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역시 올라올 선수는 올라오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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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