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시즌 넥센 히어로즈에 김하성(20)이 없다면 어떨까.
김하성은 지난 14일 수원 kt전에서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하며 팀의 14-10 승리를 이끄는 등 시즌 63경기에서 240타수 72안타(12홈런) 44타점 45득점 타율 3할을 기록 중이다. 올해 프로 2년차일 뿐이지만 벌써 1경기 빼고 모두 출장하며 넥센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런 김하성이 넥센에 없었을 수도 있다면. 2014시즌 2차 신인지명회의가 열렸던 2013년 7월. 넥센 이장석 대표와 주성노 스카우트 이사는 2라운드 발표를 앞두고 '타임'을 요청한 뒤 2분 후 내야수 임동휘를 지명했다. 나중에 넥센 관계자는 "뽑고 싶은 선수가 2명 있어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 나머지 한 명이 바로 3라운드에서 넥센이 뽑은 김하성이었다.

당시 1차에서 이미 내야수 임병욱을 지명했고 앞으로 우타거포 3루수 자원이 더 필요하다고 여긴 넥센 프런트는 임동휘를 먼저 선택했다. 하지만 운좋게도 다음 라운드까지 김하성이 남아 넥센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다. 이날 이 대표는 만족스러운 지명에 기뻐하며 스카우트팀과 기분좋은 회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센은 당시 전체 구단 중 처음으로 타임을 쓸 만큼 김하성을 놓고 고민했다. 2라운드에서 3라운드 사이 김하성이 다른 팀에 지명됐다면 다시 오지 않을 기회였다. 결국 팀과 선수의 인연이 묘하게 닿은 셈이다. 이제 김하성은 넥센에서 없어서는 안될 효자 선수가 됐다. 반대로 김하성은 주전 유격수 강정호(피츠버그)가 떠난 팀에서 야무지게 기회를 잡으며 신인왕도 노려보고 있다.
넥센은 40홈런 유격수가 사라졌음에도 64경기에서 99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며 해당 부문 리그 1위에 올라 있다. 김하성은 팀에서 박병호, 유한준 다음으로 가장 많은 홈런을 때려냈다. 2루타(21개)는 팀에서 2번째고 타점, 득점은 각각 팀에서 3번째로 많다. 도루(11개)는 팀에서 유일한 두자릿수.
김하성의 야구는 서건창과 강정호를 공수에서 절묘하게 합쳐놓은 스타일이다. 그렇기에 강정호가 비운 유격수와 서건창이 비웠던 1번타자를 모두 커버할 수 있는 선수로 쑥쑥 성장하고 있다. 더 무서운 점은 이제 겨우 2년차라는 것. 악바리 기질까지 갖춘 김하성이기에 넥센의 도박이 '대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무궁무진해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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