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wiz 우완 투수 장시환은 넥센 히어로즈 우완 베테랑 송신영을 '평생의 은인'이라 부른다.
장시환이 지난해 신생팀 특별지명으로 kt 유니폼을 입기 전까지 두 선수는 넥센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다. 그리고 송신영은 장시환의 야구 인생을 바꿔놓았다. 지난 14일 수원구장에서 만난 장시환이 "송신영 선배가 아니었다면 지금 이렇게 야구하고 있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그 까닭이다.
장시환은 2013시즌이 끝난 뒤 갑상선암 수술을 받았다. 2007년 현대 입단 뒤 계속 야구는 될 듯 말 듯 그의 손에 들어오지 않았고 이미 중고참급이 된 상태에서 찾아온 악재. 지난해 병에서 완쾌한 장시환은 예전과는 차원이 다른 간절함 속에 '야구 제대로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그의 머릿속을 스쳐간 한 마디가 있었다. 바로 예전에 송신영이 "넌 하나만 고치면 좋은데"라고 했던 말. 장시환은 절실함에 송신영을 찾아갔다. 그 뒤로 장시환은 송신영을 졸졸 따라다니며 송신영의 야구를 모조리 '흡수'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만년 유망주였던 그는 kt에서 마무리 투수를 맡고 있다.
'쿨한' 선배 송신영은 후배 선수가 먼저 묻지 않으면 절대 먼저 구구절절 조언을 하지 않는다. 그런 송신영에게 찾아간 장시환은 "벼랑 끝에 서 있는 모습"이었다. 14일 송신영은 "시환이가 절실해보였다. 전부터 마음에 걸렸던 부분을 이야기해줬다. 지금 잘 하는 모습이 정말 뿌듯하다"고 말했다.
팀에는 선수들을 지도하기 위한 코칭스태프가 있지만 코치들 역시 "코치가 이야기하는 것과 형 같은 선배가 한 마디 하는 것이 다를 때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베테랑의 힘을 보여주고 있는 송신영의 모습은 장시환에게 살아있는 교보재가 됐다. 장시환은 송신영을 보고 밸런스, 슬라이더, 포크볼 등을 다시 가다듬으면서 지금의 구위를 만들었다.
팀에 베테랑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의 차이가 큰 것도 같은 이유다. 그라운드 위에서는 자신의 역할이 조금씩 줄어든다 해도 팀에 베테랑이 꼭 필요한 것은 바로 그들의 행동 하나, 말 한 마디가 후배들에게 큰 귀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신영의 후배를 위한 마음이 지금의 장시환을 만든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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