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율 자체는 그렇게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그러나 임팩트가 다르다. ‘대타’라는 임무가 어떠한 임팩트를 만들어내야 함을 고려하면 이 차이는 꽤 크다고 볼 수 있다. ‘대타 타율’을 둘러싼 롯데와 한화의 차이도 여기서 나타난다.
경기 중·후반 승부처에서 투입되는 경우가 많은 대타는 경기 흐름을 좌우한다. 사실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가 경기에 투입돼 곧바로 안타를 쳐낸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상대 투수의 공을 볼 기회가 있는 선발 타자와는 여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승부처의 중압감도 이겨내야 한다. 그래서 대타 타율은 일반적으로 많이 떨어진다. 실제 15일까지 올 시즌 리그 전체 타율은 2할7푼2리인 것에 비해, 대타 타율은 2할2푼7리에 불과하다.
이렇게 어려운 만큼 대타가 좋은 활약을 펼친다면 적잖은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대타라는 임무가 중요하고 매력적인 이유, 그리고 벤치의 감을 읽을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올 시즌 대타로 가장 재미를 본 팀, 그렇지 못한 팀은 어디일까. 성적을 놓고 보면 야수층이 풍부한 두산이 3할1푼3리의 대타 타율을 기록해 리그 선두를 달리고 있다. NC(.267), 넥센(.261), kt(.260), SK(.246)도 비교적 좋은 성적을 냈다.

하위권으로는 롯데(.143), 삼성(.163), 한화(.192)가 있다. 이 세 팀은 대타 타율이 2할이 채 되지 않는 팀들이다. 다만 삼성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대타 활용이 그다지 많지 않은 팀으로 큰 의미는 없다고 볼 수 있다. 삼성은 올해 61번의 대타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이는 두산(37회)에 이어 리그에서 가장 적은 기록이다. 반면 롯데는 87회로 리그 평균(83회)을 웃돈다. 한화(95회)는 대타 승부수를 가장 자주 꺼내드는 팀 중 하나다.
그런 두 팀의 대타 타율이 떨어지고 있으니 기본적으로 성공적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임팩트는 다르다. 김성근 한화 감독은 경기 초반이라고 할 수 있는 3·4회라도 승부처라면 과감하게 대타를 내는 편이다. 비록 95타석에서 안타는 15개에 그쳐 타율은 떨어지고 있지만 가장 많은 대타 홈런(3개)를 쳐냈다. 김태균 이성열 최진행이 대타 홈런을 친 주인공들이었는데 모두 경기 흐름을 크게 요동치게 하는 홈런이었다.
이에 비해 롯데는 대타 타율 자체에서 재미를 못 보고 있다. 롯데는 올 시즌 적잖은 대타 요원을 동원한 팀이었으나 타율이 1할4푼3리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그나마 타율이 높은 아두치(.750)와 황재균(.286)은 주전 선수들이다. 초반 대타로 쓸 수 있는 요원들이었던 장성우와 하준호는 트레이드를 통해 kt로 떠났다. 지금은 경험이 부족한 선수들이 대타로 나서고 있는데 역시 한계는 있는 모습이다.
한 해설위원은 “두 선수의 트레이드 이후 경기 후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카드가 부족해졌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팀에서 가장 많이 대타로 나선 김문호(10타수 1안타) 김민하(8타수 무안타) 임재철(8타수 1안타) 이여상(4타수 무안타) 등도 대타로 나서면 좀처럼 안타를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리그 수준급 타선인 롯데의 7~9회 타율은 2할5푼6리로 리그 7위까지 떨어진다. 대타 타율과 연관이 없다고는 볼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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