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력 밑천’ SK, 벤치 활용법이 관건
OSEN 김태우 기자
발행 2015.06.15 15: 14

기대와는 다르게 5할 언저리에서 고전하고 있는 SK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언젠가는 SK가 반등의 시점을 찾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비교적 긍정적인 전망의 근거는 바로 힘을 잃지 않고 있는 마운드다. 밑천은 증명된 만큼, 이제는 그것을 잘 활용하는 것이 관건으로 떠올랐다.
SK는 14일까지 30승29패1무(.508)로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삼성, 두산과 함께 객관적인 전력에서 ‘3강’으로 뽑혔던 시즌 전 기대치보다는 떨어지는 성적임에 분명하다. 지금까지 드러난 가장 큰 문제는 타격이다. 김강민 최정의 연쇄 부상, 그리고 주축 선수들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이에 타선의 폭발력이 크게 떨어졌다. 김강민과 최정이 올 시즌 단 한 번도 동시에 이름을 올리지 못함에 따라 SK는 당초 구상했던 라인업은 폐기처분 상태다.
다만 타선은 주기가 있다. SK 타선이 바닥을 찍었다는 분석도 있다. 이명기 박정권 등 시즌 초반 부진했던 타자들의 감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5월 말 부상에서 돌아온 김강민이 컨디션과 장타력을 좀 더 끌어올리고 몸 이곳저곳이 좋지 않아 2군에 가 있는 최정이 돌아오면 한결 나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 리그 정상급까지는 아니더라도 평균 이상의 힘은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여기에 마운드는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양과 질에서 모두 리그 정상급이라고 할 만하다. SK의 올 시즌 팀 평균자책점은 4.14로 삼성(4.08)에 이어 리그 2위다. 선발투수들은 4.63으로 리그 3위, 불펜투수들은 3.43으로 삼성(3.49)을 따돌린 리그 1위 기록이다. 장기 레이스 성적은 투수력의 영향을 극명하게 받는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현재 평균자책점은 SK의 향후 상승세를 뒷받침할 결정적인 지표다.
트래비스 밴와트, 메릴 켈리, 윤희상의 연쇄 부상으로 선발진은 한 번 크게 휘청거렸다. 그러나 세 선수는 이제 모두 돌아온 상황이고 한 번 끊겼던 흐름을 되찾아가고 있다. 시즌 초반 들쭉날쭉한 모습을 보였던 ‘에이스’ 김광현도 상승세다. 타 팀에 비해 체력을 철저하게 관리했던 불펜은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정우람이 명불허전의 기량을 과시 중이고 문광은과 서진용의 성장으로 양적인 측면도 좋아졌다. 윤길현 전유수 등 기존 불펜 요원들도 순항 중이다.
앞으로의 호재도 많다. 핵심 셋업맨인 박정배가 쾌조의 재활 페이스를 보여주고 있다. 늦어도 7월 초에는 정상 합류가 가능하다. 현재 김용희 SK 감독이 가장 아쉬워하는 자원인 채병룡도 부상을 털어내고 2군 피칭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백인식은 투구폼을 교정하며 후반기를 내다보고 있다. 아직 복귀 시점이 미정인 박희수는 제쳐두더라도 세 선수만 합류하면 더 막강한 마운드를 과시할 수 있다. 종합하면 SK 마운드는 리그에서 가장 변수가 적은 진용으로 평가할 만하다. SK의 든든한 밑천이다.
그러나 아무리 가진 자원이 많아도 이를 적시적소에 활용해야 빛을 발할 수 있다. 특히 선발투수들과 불펜투수들을 잇는 시점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14일 인천 롯데전에서도 이런 문제가 드러났다. 선발 박종훈에 이어 전유수까지는 흠잡을 곳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9회 1사 1루 상황에서 핵심 필승맨인 정우람 문광은 대신 경험이 부족한 서진용을 올렸다가 실패를 맛봤다. 서진용은 고의사구 하나, 안타 하나를 맞고 만루에 몰렸다.
문광은과 정우람은 12일과 13일 던진 상황이었다. 그러나 두 선수는 모두 대기 중이었고 결국 위기가 커진 뒤에야 투입됐다. 결국 1사 만루서 박종윤의 안타가 아닌 2루 땅볼 때 결승점을 내줬다. 경기 후 “피로도를 고려해 아예 쉬게 하면 모를까, 이왕 3일 연투를 할 것이었다면 전유수 다음에 곧바로 두 선수 중 하나를 투입했어야 했다. 마무리 윤길현이나 푹 쉰 고효준 이재영 등 불펜투수들이 뒤에 버티고 있는 상황에서 연장 승부도 큰 무리는 아니었다”라는 이야기가 나온 이유다.
김용희 감독도 14일 투수교체에 대해 “벤치의 판단미스였다”라고 솔직하게 시인했다. 물론 투수교체는 결과론이다. 정우람이 올라갔더라도 맞을 수 있고, 다른 선수들이 그 위기를 막을 수도 있다. 하지만 결과론적인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것도 SK의 팀 성적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 SK 벤치가 지금껏 나왔던 오류를 교훈으로 삼아 향후 마운드 운영의 밑거름을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그렇다면 위력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고, 그렇지 못한다면 시즌 운영은 점점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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